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9일 삼성전자 대표이사로서 마지막으로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급격하게 변하는 IT(정보기술)산업 속성상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하지만, 삼성전자는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2018년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IT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도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할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와 도전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는 한편, 중장기 성장 기반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동시에 주주 중시 경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는 “견실한 경영 실적 달성이 주주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올 한 해도 경영 성과를 창출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지난해 발표한 주주환원 계획도 차질 없이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배당 규모 9조6000억원으로의 확대 △잉여현금흐름(FCF) 계산 시 M&A(인수합병) 금액 미차감 △FCF 50% 환원 기준을 1년에서 3년으로 변경 등 주주환원 규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 등보단 배당에 초점을 맞춘 2018~2020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권 회장은 “기업구조와 경영투명성 개선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는 등 기업 지배구조 측면의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다양하고 적극적 IR(기업설명회)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권 회장의 뒤를 이어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전 CFO(최고재무책임자))이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는다. 대표이사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사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사장)이 맡는다. 이처럼 사내이사로 4명을 신규 선임하면서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높이기로 했다.
권 회장은 “각 부문 CEO(최고경영책임자)는 각자 해당 분야 전문 지식과 경험으로 사업에 전념하고, 이사회는 더 중립적으로 경영현황을 평가해 균형 잡힌 이사회 운영에 대한 주주 신뢰를 높일 것”이라며 “이사회가 실질적이고 효율적 의사결정 기구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