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주열 현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을 결정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으로 하되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인사청문 요청서가 채택되면 국회는 이달 20일 안에 청문회를 열고, 이후 3일 이내에 심사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총재는 2012년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역대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이번에 연임이지만 청문회는 진행된다. 4년 전 청문회에서 별 문제 없이 통과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확률이 높다.
이 총재의 임기는 이달 31일까지다. 차기 한은 총재 윤곽이 나오지 않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주열 총재의 연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총재 연임 결정은 거시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연초부터 난제가 많은 상황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인상 가속화,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등이 부각되며 정교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총재 연임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존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자문단에서 활동했던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새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 총재가 4년 동안 통화정책을 무난하게 이끌어 왔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임기 초반에는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 경기회복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3%대 경제성장률과 2%에 근접하는 물가상승률을 달성했다.
현 정부 경제팀과의 원활한 공조도 연임의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김동연 부총리 취임 후 지난 8개월 동안 5차례 만나 경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정부와의 팀워크를 통해 중국·스위스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성공했다.
강원 출신인 이 총재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1977년 한은에 입행했다. 한은에서 해외조사실장·조사국장과·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와 부총재를 역임했다. 2014년엔 총재로 발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