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한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25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남했다.
이날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한 고위급 대표단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지원인원 6명 등 8명으로 구성됐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방남 소감 한마디 말씀해달라'는 등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다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지나갔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저지를 위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통일대교를 피해 통일대교 동쪽에 있는 전진교를 통과해 남측으로 향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 것은 맞지만 김 부위원장이 주도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김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으로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책임 있는 인물이라며 방남 요청을 수용했다.
한편, 이번 고위급대표단에 북한 외무성 내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부국장이 포함됐고, 미국 대표단에도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이번 방남 기간 북·미 간의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최강일은 작년 9월 스위스에서 열린 민간 주최 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전직 관료와 대화를 했으며, 과거 6자회담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등과 관련한 실무그룹에도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에서 핵문제와 북·미 관계 등에 정통한 관료로 미국과 대화 경험도 적지 않다.
후커 보좌관은 지난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협상할 때 수행원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북측이 보낸 대표단 지원인원에 통역사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점은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전후로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 성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은 26일 이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