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을 상대하는 지방자치단체 언론담당관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될까. 대한민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수원시 언론담당관을 8일 오전에 만나봤다.
이상수 수원시 언론담당관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각은 오전 7시40분경.
세 평 남짓한 사무실에 도착한 이 담당관이 처음으로 하는 일은 ‘시정보도’와 ‘정책보도’를 챙겨보는 것이다.
‘시정보도’는 수원시에 관해서 나온 전날 기사들을 모은 것이고, ‘정책보도’는 정치·경제·사회·정책·자치·오피니언 등 우리나라 전체의 정책 방향과 굵직한 사건·사고를 살펴볼 수 있는 글들을 모은 것이다.
시정보도와 정책보도는 매일 아침 8부씩 만들어져 수원시장과 2명의 부시장, 국장 등에게 배포된다.
아무래도 초점은 수원시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왔나 안 나왔나에 맞춰진다. 비판기사가 나왔으면 해당부서에 연락해 경위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정책에 반영시켜 개선하거나 해명하거나 오보(誤報)에 대응한다.
“언론담당관실은 다른 일반 행정부서에 비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부서입니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지요. 거대한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듯 시스템으로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생동감 넘치는 조직이라고 할까요.”
1월 15일자로 언론담당관에 부임했으니 짧은 기간이라 생소할 만도 한데 풍기는 분위기는 사뭇 베테랑이다.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수원시 얼굴마담’으로서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수원시 언론담당관실에는 이 담당관을 포함해 12명이 근무한다. 신문팀에 7명, 방송팀에 5명이 소속돼 있다. 이 담당관은 직제상 주무부서인 신문팀 소속이다.
언론담당관실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는 하루 평균 7~10건 정도. 각 부서에서 홍보를 요청해오는 자료를 토대로 신문팀 소속 주무관 두 명이 첨삭한다. 기자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보도자료를 받게 된다.
“각 부서에서 홍보를 요청해오는 자료가 그대로 기자들에게 배포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언론담당관실 직원들이 60% 정도 손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보람도 크지만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수원시청 출입기자로 등록된 사람은 8일 현재 240명. 기자들의 얼굴과 소속을 익히기 위해 출입기자명단을 수시로 살펴보는 것도 이 담당관의 ‘업무’다.
“제 자리가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자리입니다. 5% 손해 본다 생각하고 생활하면 그게 바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두 개 받으면 적어도 하나는 줘야 건강한 인간관계가 성립됩니다. 우리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저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어려워하는 스타일이지만 알고 보면 부드러운 사람입니다.(웃음) 제가 지금 있는 자리가 소명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라는 주어진 귀한 시간을 웃으며 즐겁게 보내자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세례명은 ‘방지거’, 프란체스코라는 의미)인 이 담당관은 고등동에서 태어난 수원 토박이다. 1988년 파장동 동사무소 총무보조로 공직에 입문했으니 오는 11월이면 공직생활 30년째를 맞는다.
담당관에게서는 ‘리더십’이 느껴진다. 언론담당관으로 발령 나기 전인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의 오랜 기간 동안 지방행정연수원(전라북도 완주군 위치)에서 ‘중견리더과정’을 밟은 영향 때문이리라. 물론 타고난 성품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차 한 잔 나누며 20분 정도의 만남을 마칠 무렵인 오전 8시 50분. 언론담당관실 벽면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국 팝가수 돈(Dawn)이 부른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떡갈나무에 걸린 노랑 리본)다. 시민봉사과에서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음악을 틀어준다.
몇 분후 이 담당관은 서류를 챙겨들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쾌한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인구 125만 ‘휴먼시티 수원’ 얼굴마담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