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영국 BBC방송,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을 출처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오후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은 보름동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몰디브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법원의 영장 없이 압수, 수색, 체포, 구금이 가능해졌다. 집회의 자유가 제한됐고 공항에서의 짐 검색도 강화됐다. 몰디브 국가 비상사태 선포 후 경찰은 대법원으로 출동해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과 알리 하미드 대법관을 체포했다. 이들이 무슨 혐의로 체포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경찰은 지난 1978∼2008년 30년 동안 몰디브를 통치한 마우문 압둘 가윰(80) 전 대통령을 수뢰와 국가전복 음모 등 혐의로 체포했다. 가윰 대통령은 야민 현 대통령과 이복형제 사이다. 최근 현 정권을 비판하며 야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야당의 입장을 지지했다.
몰디브 대법원은 2015년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과 현재 수감중인 다른 야당인사 8명에 대한 재판이 부적절한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로 1일 이들의 석방과 재심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또 집권당인 몰디브진보당에서 탈당해 야당으로 옮겼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12명의 의원직 복직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야민 대통령 측이 대법원 결정 이행을 거부했다.
아지마 샤쿠르 법무장관은 5일 “수감자 석방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대법원이 집행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원들의 복직 명령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 의원들 중 2명을 새로 체포했다. 대법원의 복직 명령이 이행되면 여당은 의회 다수당 지위를 제1야당인 몰디브민주당(MDP)에 내준다.
수도 말레에선 대법원 결정이행을 촉구하는 야당 지지자들의 시위가 연일 개최됐다. 2015년 나시드 전 대통령 체포가 적법절차에 어긋난다며 비판해온 미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몰디브 정부에 대법원 판결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에 "세계가 보고 있다"며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법치주의와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몰디브의 민주적 기구가 입은 피해와 의회 절차의 남용을 깊이 우려한다"며 야민 대통령에게 몰디브 국가 비상사태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몰디브 국가 비상사태로 관광업에 의존하는 몰디브의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들은 자국민들에게 몰디브 방문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의 노규덕 대변인은 6일 외교부 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몰디브 국가 비상사태에 대해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신변을 유의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라며 “또 한편 몰디브 소재 우리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통해 우리 여행객들이 말레섬 방문을 자제토록 요청하였으며, 공관 홈페이지와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공지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몰디브 내 정세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해 나갈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