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치 이후, 대통령의 정치적 적대자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있다.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과 알리 하미드 대법관, 마우문 압둘 가윰 전대통령도 압송됐다. 신혼 휴양지로 유명한 이 섬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나라의 대법원은 2월 1일 모하메드 나시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부적절한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재심을 명령했다. 2015년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인 2016년 영국으로 망명한 나시드에 대한 판결이 잘못됐다는 결정이었다. 나시드 체포가 적법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현재 수감 중인 야당인사 8명 또한 같은 이유로 석방하고 재심을 하라고 명했다. 또 여당(몰디브진보당)에서 야당으로 옮겼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12명에 대한 복직도 명령했다.
이 대법원 결정에 야민대통령이 이행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법무장관(아지마 샤쿠르)은 5일 수감자 석방과 관련해 대법원이 집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의원 복직 명령도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의원 2명을 새로 체포했다. 대법원의 의원 복직 명령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 제1 다수당이 여당에서 야당(몰디브민주당)으로 바뀌는 상황인지라, 정부가 사법부 결정에 저항하고 있는 형국이다.
# 국가비상사태 하의 몰디브 현지
몰디브는 현재 법원의 영장 없이 경찰의 압수, 수색, 구금이 가능하다.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고 공항 보안검색도 강화됐다. 비상사태가 내려진 직후, 경찰은 대법원으로 출동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체포했다. 혐의는 밝히지 않았다.
또 10년전까지 30년간(1978-2008) 몰디브를 통치한 전직 대통령인 마우문 압둘 가윰(80)을 국가전복 음모 혐의와 수뢰 혐의로 체포했다. 가윰은 체포 직전 트위터에 "잘못한 일이 없는데 체포됐다. 우리는 개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 또한 결심을 변함없이 지키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가윰은 야민과 이복형제 사이다. 최근 가윰이 야민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야당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야민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 세계의 반응
미국은 몰디브 정부와 군부에게 법치주의를 준수하라고 말했다. 영국 또한 야민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에 "세계가 보고 있다"며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민주적 제도를 준수하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몰디브의 민주적 기구가 입은 피해와 의회 절차의 남용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일 수도 말레 방문객들에게 "시위나 집회를 피하라"고 당부했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현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이곳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몰디브를 함께 관할하는 한국대사관도 홈페이지에서 "교민과 여행객은 수도 말레 섬으로의 이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이동할 때에는 집회· 시위 장소나 주민 밀집장소에는 출입을 삼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