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사태 제대로 읽기]야민-압둘-나시드의 물고물리는 정치게임

2018-02-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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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전 국가 비상사태와는 상황 달라...독재로 치닫는 권력의 히스테리

인도양의 몰디브(Maldives)는 우리에겐 신혼부부의 '러브 아일랜드'로 여겨지지만,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그곳 사람들 사이에는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있어왔다. 5일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는 내부에서 엎치락뒤치락 진행되던 소용돌이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유달리 선호해 매년 수만명이 찾는 이 나라의 정치를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의 역정(歷程)을 보는 듯 하다.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와 김대중-김영삼의 민주화 투쟁. 치열한 알력 속에서 근대화 과정을 살아낸 우리 역사와 꽤 닮은 포즈로 현재 진행형의 앓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명 중인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 나라의 정치를 이해하려면 가윰(Gayoom)과 나시드(Nasheed)라는 이름을 알아야 한다. 몰디브는 1965년 7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3년뒤인 1968년 3월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공화국을 선포한다. 이듬해 4월 이 나라는 ‘몰디브’로 이름을 바꾸고 아미드 이브라힘 나시르(Amid Ibrahim Nasir)가 첫 대통령에 오른다. 나시르 정부는 근10년을 채웠다.

1978년 11월 마우문 압둘 가윰(Maumoon Abdul Gayoom)이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가윰가문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은 이때부터다. 가윰은 6연임을 하며 독재정치를 해나갔다. 30년간 가윰 독재정부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온 모하메드 나시드(Mohamed Nasheed)에 의해 종지부를 찍는다. 나시드는 어떤 인물이었는가. 영국 유학파로 언론인이었던 그는 가윰을 비판하는 글을 쓰며 투쟁을 이끌어낸 20년간의 민주화 아이콘이었다. 그는 그간 열네번 감옥살이를 했다. 치열한 싸움은 2008년 10월에 종지부를 찍었다. 몰디브를 휩쓴 민주화 열기 속에서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친 대선이 치뤄졌고 나시드는 정권교체를 이뤘다.

나시드 정부의 출발한 화려했다. 취임 후 그는 인구 39만명(2013년 기준)의 소국 지도자답지 않게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도 당찬 목소리를 냈다. 몰디브의 나시드라는 이름은 2010년 8월 미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국가경영자 10명’에도 올랐다. 그러나 오래도록 민주화 투쟁을 해온 야당이 집권했을 때 겪게 되는, 국가리더십의 미숙을 그도 드러내고 말았다. 부정부패가 밝혀져 민심이 떠났고, 경제도 엉망이었다.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국민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지지율은 뚝 떨어졌다.

여기에 나시드의 또다른 '독재적 결정'이 튀어나왔다. 형사재판소 최고법관 압둘라 모하메드를 부패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체포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물밀듯이 일어났다. 나시드는 2012년 2월에 5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하야를 택하고 만다. 그가 권력을 내려놓을 때 문득 지난 민주화 과정이 떠올랐을까. "내가 권좌를 유지하려고 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몰디브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철권통치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는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6일새벽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경찰이 마우문 압둘 가윰(가운데 손든 남성) 전 대통령을 체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후 2013년 11월에 압둘라 야민 가윰(Abdulla Yameen Gayoom) 현 대통령이 취임했다. 압둘라 야민 가윰은 마우문 압둘 가윰의 이복동생이다. 가윰 가문의 재집권이 시작된 셈이다. 그런데 야민 집권 이후부터 야권의 대통령 퇴진 시위가 줄을 이었다. 지난 2월 야당대표였던 나시드를 테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은 그런 갈등의 연장이었다.

몰디브 군부는 2015년 11월 2일 대통령의 공관 인근에 주차된 차에서 사제 폭탄을 발견했다고 밝힌다. 그 이전인 9월 28일에는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타고가던 쾌속정에 폭발이 일어나 부인을 비롯해 경호원 등 3명이 다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야민 대통령은 무사했다. 정부는 이 사건이 반정부 세력과 관계가 있는 대통령 암살 기도로 보고, 2015년 11월4일 몰디브 헌법 253조의 의거해 30일 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년여가 지난 2018년 2월 5일 야민이 선포한 15일간의 국가 비상사태는 훨씬 더 복잡한 셈법과 정치지형도가 그 속에 들어있다. 이번에는 대법원이 정권의 정치탄압과 관련한 조치들에 대해 시정명령을 요구했고, 다수당인 여당을 전복시킬 수 있는 판결을 내린 것에 야민이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야권 지도자였던 나시드는 체포된 뒤 영국으로 망명을 갔고, 사법부와 자신의 집안 출신이자 이복형제이며 전직 대통령인 압둘이 야권의 지도자로 바뀌어 있는 상황이다. 야민은 압둘을 체포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주도한 세력을 붙잡아 가뒀다. 권력의 히스테리를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물밑에 흐르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선 함부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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