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전년도( 9414억원)보다 11% 이상 증가한 1조4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수출과 해외법인 연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해외 판매량도 수출량과 해외법인 판매량을 합산해 554억 개비를 돌파, 2016년의 487억 개비를 추월한 역대 최고 수량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백복인 KT&G 사장은 “계속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화강세 등 불리한 수출환경 속에서 해외 매출 1조원을 달성해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에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사업 성장성을 제고하고, 수출 확대를 통해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에쎄’ 앞세워 중동 등 주력시장 외 신시장 판매 증가
지난 1988년 KT&G는 국내시장 개방에 맞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당시 해외 기반이나 네트워크가 전무했지만 수출 역군들은 끈기 있는 도전정신과 지속적으로 성장시킨 제품 기술력을 앞세워 외국의 글로벌 담배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던 이란, 터키 등 중동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KT&G는 초슬림 담배 에쎄 등을 앞세워 중동과 러시아, 동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 북중미 등 신흥시장으로 판로를 적극 확대해왔다. 1996년 첫 출시된 에쎄는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 슬림한 디자인과 저타르의 깔끔한 맛을 내세워 그동안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대한민국 대표 담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에쎄는 현재 전 세계 초슬림 담배 판매량의 3분의1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초슬림 담배 브랜드 자리에 올랐다.
KT&G가 1996년 진출한 러시아는 세계 2위 담배 소비국으로, 진출 초기만 해도 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았다. KT&G는 2002년 고(高)타르 제품 위주인 시장에 에쎄를 출시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독한 보드카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이 담배만큼은 저타르인 에쎄를 찾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만 해도 러시아에서 찾아볼 수 없던 에쎄는 이제 모스크바 담배판매점의 89%가 취급할 만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고타르 제품이 대부분인 몽골에서 에쎄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KT&G는 몽골에서 에쎄를 앞세워 초슬림 시장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에쎄는 몽골 현지업체가 생산하는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2배가 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런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수입담배 브랜드 중에서 2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현지에서 고급 담배로 인정받고 있다. 몽골에서 판매되는 초슬림 담배 중에서 에쎄는 7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또한 현지 맞춤형 신제품 개발과 출시도 글로벌 시장 개척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담배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정향(Clove)이 함유된 에쎄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아프리카에서는 길이가 짧은 ‘에쎄 미니’를 출시하는 등 현지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만 수출은 2010년 쿠바산 시가 잎을 섞어 시가의 풍미를 살린 ‘보헴’ 브랜드가 출시되면서 크게 성장하는 등 ‘에쎄’외 다양한 브랜드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신흥시장을 개척해 왔다.
◆ 전 세계 50여개국에 수출, 담배시장 개방국가 중 60% 점유율
이런 노력의 결과로 수출 초기 1억4800만 개비(1988년)에 불과하던 해외 판매량이 554억 개비(2017년)로 374배나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5년에는 해외 판매량(465억 개비)이 국내 판매량(406억 개비)을 큰 폭으로 넘어선 원년으로 기록됐다.
KT&G의 해외 진출 성공에는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발빠른 제품 공급을 위해 현지 생산 공장을 늘린 것도 한몫했다. 2008년 터키, 2009년 이란에 현지 공장을 세웠으며, 2010년에는 최대 담배소비 시장 중 하나인 러시아에도 공장을 설립했다. 또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중동 등에 국한되어 있던 해외시장을 현재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신시장으로 확대하여 전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5위 담배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수출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세로 KT&G의 지난해 해외 실적이 1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
KT&G가 국내에서 경쟁하는 외국 기업 3곳은 전 세계 담배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담배 시장이 개방되면, 로컬기업은 이들의 각종 공세 속에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인수·합병된다.
국내 담배 시장이 개방된 1988년 당시, 유명 브랜드와 풍부한 자금을 앞세운 외국 담배 회사들의 공격을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개방 이후 30년이 흐른 지금 KT&G는 국내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며 국내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담배시장이 개방된 국가 중 로컬기업으로서 자국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는 기업은 KT&G가 거의 유일하다.
◆후발주자 '릴' 궐련형 담배시장서 호평··· "글로벌 담배 톱4로 성장"
KT&G는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에 형성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지난해 11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같은 해 6월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필두로 BAT가 ‘글로’, KT&G가 ‘릴’을 선보이며 궐련형 전자담배 신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소비자 불편사항을 최소화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한 KT&G의 ‘릴’은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인 90g의 무게로 휴대성을 높이고,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맛을 극복하고 일반 궐련과 유사한 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릴의 전용 담배스틱인 ‘핏 체인지(Fiit CHANGE)'와 ‘핏 체인지 업(Fiit CHANGE UP)'은 기존 일반담배와 비슷한 맛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릴 판매가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KT&G는 현재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등 공급량 확대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KT&G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KT&G는 지난해 11월 30일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갖고 2025년까지 글로벌 톱4 담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KT&G 대전 본사에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백복인 KT&G 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임직원 약 150명과 해외 바이어 등이 참석했다.
KT&G는 2025년까지 해외 판매 규모를 4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주력 시장인 중동과 러시아 외에 중남미·아프리카 등의 신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아시아·태평양·미주·아프리카·유라시아 4대 권역에 지역본부를 설립해 해외 소비자 요구에 맞춘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