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최대" 美셰일원유 생산량에 떨고 있는 국제 원유시장

2018-02-0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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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美원유 생산량은 1004만 배럴...47년래 최대"

유가 하락에 프래킹 제재 완화로 인해 셰일 업계 붐 일어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더욱 속도낼 듯...시장 수급 불균형 우려

[사진=연합/AP]


미국 원유 생산량이 지난 1970년대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산유량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미국의 셰일 혁명이 국제 원유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트럼프 에너지 정책 타고 빛 보는 미국발 셰일 혁명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4만 배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기록된 1970년 11월 산유량에 육박한다. 내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보다 약 20% 높은 하루 11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하루 평균 생산량을 추월할 수도 있는 수준이어서 원유 업계 지정학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셰일 원유 산업이 활기를 띠는 것은 일단 국제유가가 최근 1~2년 사이에 반등한 데 따라 채굴 생산 단가를 맞추기에 용이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셰일 원유는 퇴적암 안에 갇혀 있는 원유다. 퇴적암에서 흘러나와 지표면으로 이동하는 일반 석유와는 다른 형태를 띤다.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 등의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원가가 일반 원유보다 비싸다. 저유가 시대에는 생산 단가를 맞추기 어렵지만 유가가 반등하면서 생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유가가 계속되던 2016년까지만 해도 미국 셰일 원유 생산량은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채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셰일 원유 업체가 짧은 기간 40% 가까이 줄도산하는 등 업계 전체가 휘청거린 까닭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은 바뀌었다. 셰일 원유 생산 붐이 인 데다 원유수출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미국의 원유 수입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의 원유·정유 제품 수입량은 하루 250만 배럴로, 최고 수준에 달했던 2006년 10월(하루 1290만 배럴)에 비해 20% 이상 줄었다고 FT는 전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주도로 내려졌던 프래킹 제한 조치가 다소 완화된 것도 셰일 원유 생산량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 등에 따르면 프래킹은 화학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환경 파괴 논란이 뒤따른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3년부터 프래킹 제재를 검토, 시행한 이유다. 실제로 미국 셰일 업계는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된 2015년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현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향후 미국 내 셰일 원유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 시절부터 에너지 주도권을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 국정연설을 통해서도 기업 규제 완화 등 미국에 유리한 에너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미국의 셰일 원유는 수만개의 일자리 창출, 에너지 안보 강화를 비롯해 새로운 국제 관계를 만들면서 미국 경제를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셰일 원유 개발 경쟁 가속화··· 시장 수급 불균형 우려 

국제 원유 시장 안팎에서는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등 주요 산유국들의 산유량 감산 노력 덕에 가까스로 유가 상승이라는 성과를 냈는데, 미국의 산유량이 증가하면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탓이다. 

특히 지난 2015년만 해도 미국의 산유량이 2018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OPEC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 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OPEC은 지속적으로 미국 측에 원유 생산 자제와 유가 공급 균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 신호가 나온 만큼 OPEC 회원국이 산유량을 감산하더라도 국제유가를 50∼60달러 선으로 조정하겠다는 목표에 근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유 생산을 놓고 미묘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산유량 감축에 나선 주요 산유국과 미국 간 치킨 게임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파괴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셰일 원유는 산유국이 아니어도 대체 석유 자원을 채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미국이 OPEC 비(非)회원국 가운데 셰일 원유 채굴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로 꼽히고 있지만 영국과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이 셰일 원유 업계 장벽을 낮추고 있는 것도 셰일 원유 붐이 일고 있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는 경제 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셰일 유전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 더치 셸이 미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를 넘어 캐나다 앨버타주 듀버네 광구에서도 셰일 원유 투자를 적극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의 산유량이 유가 등락에 있어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인 IHS 마켓의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수십년 동안 업계에서는 미국의 석유 수입량이 얼마나 빨리 증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만 집중했다"며 "이제 세계 원유 시장은 급격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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