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뉴욕이 아닌 홍콩증권거래소에 올 가을 상장할 전망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리바바라는 '대어'를 놓치고 최근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등으로 기업 진입문턱을 낮춘 홍콩이 샤오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샤오미가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을 IPO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9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홍콩 증시가 샤오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9월 신경제(IT기술 기반 유망산업) 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상장에 필요한 시가총액 및 매출기준 등을 대폭 완화며 문턱을 낮춘 때문이다. 이는 1993년 홍콩거래소에 H주가 개장한 이후 가장 파격적이고 과감한 완화 조치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고속 성장세로 연일 주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알리바바를 놓친 것이 홍콩을 자극했다. 알리바바가 2013년 초 홍콩 상장 의사를 전하며 차등의결권 적용을 제안했지만 홍콩거래소는 이를 거절했고 결국 알리바바는 뉴욕행을 선택했다. 최근 알리바바는 시총 5000억 달러도 돌파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 주식에 보통주 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경영권 방어에 용이하다. 홍콩거래소는 최근까지 '1주 1표' 원칙을 고수해왔다.
시장은 홍콩 증시 상장 후 샤오미의 시총이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후닷컴은 900억 달러~1000억 달러를 전망했고 SCMP는 1000억 달러 육박을 내다봤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00억 달러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언론이 추정하는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540억 달러 정도다.
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해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대륙의 기적'으로 불렸던 샤오미는 지난 몇 년간 오포(OPPO), 비보, 화웨이 등 국내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인도 등 해외시장 공략과 로봇 청소기, 정수기, 전동휠, 스탠드 등 다양한 스마트 소형가전으로 '스마트홈'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