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시장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품 시장에선 판매 순위가 하락하는 반면, 짝퉁 시장에선 삼성 제품을 모방한 제품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어서다.
비록 짝퉁 스마트폰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삼성전자 브랜드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잠재적인 수요가 상당히 존재한다는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지난해 中 스마트폰 판매 8위
22일 시장조사기관 GFK가 최근 발표한 ‘2017 중국 휴대전화 시장 판매 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107만대를 판매해 8위에 그쳤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현지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 중 애플을 제외한 4개 업체(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가 모두 중국 스마트폰 업체다.
1위는 총 1억255만대를 판매한 화웨이가 차지했으며 2위는 오포(7756만대), 3위는 비보(7223만대), 5위는 샤오미(5094만대)였다. 애플은 5150만대를 판매, 4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판매 대수도 현격히 차이난다. 1~5위 업체들의 판매량은 모두 5000만대 이상을 나타냈다. 반면 삼성전자는 1위 화웨이 판매량의 10분의 1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8, 갤럭시S8 플러스, 갤럭시노트8 등 주력 스마트폰을 모두 중국 시장에 투입했으나 점유율은 2%대에 머물렀다.
2013년까지만 해도 중국시장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의 위상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비약적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데다 현지 토종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넘어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이 독주하던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최고급 사양의 기술력도 향후 2~3년 내에는 급격히 좁혀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짝퉁’ 삼성전자 폰 인기…"지적재산권 적극 등록해야"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정품 판별서비스 프로그램인 루다스(鲁大师)가 발표한 ‘2017 가짜 휴대폰 순위’ 보고서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로 꼽혔다. 또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안투투가 발표한 ‘2017년 글로벌 짝퉁제품 톱10’ 조사에서도 삼성전자는 점유율 36.23%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짝퉁 스마트폰 때문에 걱정"이라면서 “짝퉁 제품이 많고 피해를 입는 것은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라) 중국 시장 전체의 특수성”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중국 산업계의 고질적인 제품 베끼기, 기술 도용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짝퉁 스마트폰은 모양만 봐서는 정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저가의 조악한 부품들을 사용해 성능은 정품과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짝퉁 스마트폰이 유통되면서 삼성전자가 쌓아놓은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 최근 중국 최대 전자부품 상가에서 아직 출시 전인 '갤럭시S9 플러스' 짝퉁 제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양운학 코트라 시안무역관 변호사는 “중국은 현재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대내적으로는 공정경쟁과 시장질서를 확립한다는 목적 하에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한국기업들은 카피되기 쉬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일수록 적극적으로 지재권을 등록하고 카피가 힘든 기술은 기술비밀(노하우)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짝퉁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달러로 이 중 84%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