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의 칼럼) 평화의 불씨를 죽이지 말아야

2018-0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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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보다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은 전 세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의 참가 때문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힌 뒤 남북대화를 꾸준히 바랐던 문재인 정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남북은 북한선수의 참가, 단일팀 구성, 응원단 및 공연단의 한국방문 등 일련의 합의를 보았다. 작년 말까지 긴장과 전쟁의 먹구름이 감돌았던 한반도에 실낱 같은 평화의 빛이 비친 셈이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인류를 끊임없는 싸움과 전쟁 속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대체품이 바로 스포츠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남과 북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평화라는 올림픽 최고의 취지와 정신을 구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의 대단원을 상징하는 ’88 서울올림픽’을 이어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역사에 다시 한번 한 획을 그을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같은 민족의 차원에서 평창올림픽을 지지하고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의 진정한 목적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와 태연함, 핵과 미사일 개발 성공에 대한 여유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여론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한·미 간 이간질’, ‘국제사회 제재 탈출’, ‘남남 갈등 유도’의 수단으로 보는 것은 북한의 의도를 과대평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서 최대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여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의도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 남북대화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국내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현 정부가 이번 남북대화를 반드시 핵문제의 해결에 직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올림픽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것으로 무리한 요구이다.

우선 한·미 양국은 이미 올림픽이 끝난 이후 군사훈련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 북한도 지금까지 자제해온 핵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다시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의 대화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 긴장과 대립이 다시 고조될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반복돼온 긴장-대화-긴장의 악순환에 또다시 빠져들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은 처음부터 한국을 자신의 카운터파트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의 눈에는 미국밖에 없다. 최대의 적도 미국이지만 최대의 협상 상대도 미국이다. 초기 핵개발은 미국과 협상하고 딜하는 카드였을지 몰라도, 현재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 혹은 한·미동맹으로부터 자신의 정권과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고 생사존망을 결정짓는 최고 또한 최후의 수단이기도 한다. 다만 현재 북한이 추진하려고 하는 빅딜은 미국이 자신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전제 하에 진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의도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북한은 미국을 최대의 적으로 보고 핵으로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핵비확산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핵으로 자신의 정권과 체제의 안전을 수호려고 하지만 미국의 전쟁 위협과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두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또다시 강경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북한의 인권상황과 북한 현 정권을 비난했고, 특히 최근 남북관계의 해빙 분위기에 대해 “현실 안주와 양보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타협과 양보가 없는 더욱 강경한 자세로 나설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똑같이 예측불허한 지도자로서 극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 북·미 간의 심층적인 불신과 첨예한 대립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한국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대화의 분위기를 유지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운전석에 앉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지만, 유감스럽게도 현 단계에선 앞길이 안 보이고 엔진과 브레이크는 각각 북한과 미국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보수진영의 견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얻은 대화의 분위기, 평화의 불씨가 죽어가도록 그냥 방치해선 안된다. 북핵문제가 동북아 내지 전 세계의 최대 걸림돌인 만큼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북핵문제의 해결도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간단한 사고방식의 군사옵션은 머리 위에 걸려 있는 '다모클래스의 칼'로 유용하지만 일단 사용하게 되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유일한 길이다. 이것은 동족이면서 당사자인 한국과 지역 대국인 중국, 러시아의 공통된 입장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법이다. 1차세계대전 이후 국제연맹이 탄생했고, 2차세계대전 이후 유엔이 결성돼 더욱 진화된 국제질서와 각종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안보협력이 약한 동북아 지역에 공동의, 공유의 안보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즉, 북핵문제를 핵비확산체제 하의 통제-검증가능한 개발 중단- 최종 폐기 등 점진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통해 동북아 공동안전의 프레임 속에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 통일의 당사자, 한·미동맹의 한 축으로서 북한·미국과의 소통과 설득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평창올림픽 기간의 남북대화와 '짧은 평화 시간'의 조성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물론 중·러·일도 각자의 능력과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현 단계에서 북핵문제 해법과 관련, 중국과 미국 등 G2와 국제사회가 이견과 불일치를 극복하고 점점 많은 공동인식을 갖게 되었다. 미국은 더 이상 북한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중국은 전통적인 우방국임에도 불구하고 핵비확산체제의 완전성 보장 등 대국의 책임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민족적 차원에서 평창올림픽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것을 자신의 ‘대승’과 ‘대범’으로 내세울지 모르지만, 현재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의지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핵문제 해결의 대화 테이블에 복귀해야 진정한 대승적 행동임을 깨달아야 한다.

亞洲經濟총편집 겸 인민일보해외판 한국대표부 대표 장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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