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작년엔 中 ‘사드 ’vs 금년엔 美 ‘세이프가드’ 보복

2018-01-30 09:39
  • 글자크기 설정

과도기적 트럼프의 보호무역 공세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

[김상철]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매년 1월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박람회(CES)’가 열린다. 단순한 박람회라기보다는 수년 전부터는 미래 먹거리 기술에 대한 경연장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기술이 어떻게 진보하고, 시장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장(場)이다. 올 CES의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로 종전과 다르게 기술의 공간을 홈(가정)에서 시티(도시)로 옮겨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연이어 1월 하순에는 스위스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주관하는 ‘다보스 포럼(Davos Forum)'이 열리며, 이름깨나 알려진 세계 각국 정계·관계·재계의 명사들이 대거 참가한다. 글로벌 경제의 지속적인 미래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 공동의 미래 창조(Creating a Shared Future in a Fractured World)'였다. 주제에서 비쳐지듯 CNN 등 서방 언론들은 ‘Fractured(분열된)’라는 단어를 집요하게 노출시켜 이목을 끌었다. 갈라진 세계, 즉 글로벌 경제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신(新)자유주의가 글로벌화(Globalization)를 촉진하면서 세계 경제의 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대거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입함으로써 글로벌화에 따른 이익이 선진국 중심에서 신흥국으로도 이동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세계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틀도 G7에서 G20으로 옮겨졌다.

문제의 발단은 이익 배분의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여기엔 두 개의 이슈가 있다. 하나는 공통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해법과 관련된 이슈이다. 글로벌화가 세계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했지만 파이의 절대량이 소수에게만 집중돼 다수가 궁핍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통된 견해이다.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선진국 임금 노동자 혹은 신흥국 사회적 약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절대다수의 청년들이 파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원인을 놓고는 미국·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글로벌화가 갈수록 자국 경제를 피폐화시키며, 따라서 보호무역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흥국들은 여전히 자유무역이 궁극적으로 빈부의 격차를 해소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견고하다.

일본의 강온(强穩)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번 다보스 포럼은 글로벌화에서 비롯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으로 갈라진 글로벌 무역전쟁의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보호무역의 미국 트럼프와 자유무역의 반미 트럼프 진영 간의 한판 싸움이 되고 있다. 후자의 대표 선수로 개막 연설을 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글로벌화가 세계 경제의 고립주의를 배격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향한 최선의 선택임을 강조했다. 반면 전자의 선봉장으로 폐막 연설을 한 미국의 도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은 공정무역에 기초해야 함을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당분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임을 역설했다. 이를 두고 가장 발끈한 쪽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경제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트럼프 행정부는 세탁기, 냉장고, 태양광 등의 수입제품이 미국 산업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로 ‘세이프가드(Safeguard)' 조치를 전격 발동했다. 이로 인해 한국, 중국의 수출업체들이 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칼자루를 휘두르는 이러한 무드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키티데스의 함정’이라고 지칭되는, 기존 패권국가인 미국과 신흥 패권국가로 올라서려는 중국 간의 격돌이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로 우리까지 치명상을 입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질까 하는 점이다.

작년에는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으로, 금년엔 연초부터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로 설상가상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신흥국이나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을 수호하려는 반(反)트럼프 전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지만 과도기적으로 우리 무역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강온(强穩) 전략으로 미국의 예봉을 슬기롭게 피해 나가는 일본의 전술은 우리에게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자국 경제의 부활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워싱턴 정가를 움직인다. 세계무역기구(WTO) 혹은 미국 국내법 제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강력히 피력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정치 공학적 카드를 유효적절하게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중·저가 상품은 미국 국내 생산, 고가 상품은 수출이라는 양면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