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잃어버린 부끄러움을 찾아서

2018-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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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군자의 도리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君子之道(군자지도) 貴乎知恥(귀호지치)
- 이언적(李彦迪·1491∼1553)

부끄러움의 시인 윤동주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하고 소망했던 것처럼, 부끄러움이 없고자 한다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맹자(孟子)의 말이다.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되니, 부끄러움이 없음을 부끄러워한다면 부끄러울 일이 없을 것이다.”

부끄러움이란 나의 과오(過誤)에 대한 내 양심의 말 없는 고백이다. 그 양심의 고백은 나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하며, 그 반성적 성찰을 기반으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거나 이전의 나보다 좀더 성숙한 나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바로 이 긍정적 변화가 자기발전이 된다.

맹자는 또 내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이 사람다움을 유지하는 기본조건의 하나가 부끄러움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은 사람다움을 잃는 것이고, 사람다움을 잃는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군자(君子)라면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니 당연히 부끄러움으로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통적인 개념으로 군자란 자기를 수양하여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군주나 귀족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 시대에 전자의 군자는 드물지만, 후자의 군자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후자의 군자들 가운데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드물고, 뻔뻔하게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만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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