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OK, 막걸리 NO···청탁금지법에 서러운 ‘국산 전통주’

2018-01-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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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에 물 포함 여부 해석 제각각…권익위 “내달 15일전 발표” 뒷북

국순당 설 선물세트 중 하나인 자양강장특호. 판매가 6만6000원이다.[사진=국순당 제공]



전통주 업체들이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시름에 빠졌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농축수산물 원료 및 재료의 50%를 넘는 상품에만 ‘착한선물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데, 전통주는 이에 해당되지 않아서다.

3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전통주 전체 성분에서 곡물 비율을 따질 때 ‘물’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청탁금지법이 개정되면서 선물세트 상한선이 농·축·수산품의 경우 10만원까지 올랐다. 단, 가공품의 경우 원재료 50%를 ‘초과’해야 한다. 와인은 되고 막걸리는 안 된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다.

막걸리는 ‘물’이 들어가면 표시성분에 원물 함량이 낮아진다. 반면 와인은 포도 등 원물을 그대로 빚어 숙성시킨다. 막걸리 등 전통주는 쌀과 누룩으로 만들고 물을 넣어가며 도수를 맞춰 발효시킨다.

완제품 막걸리에 부착된 성분표를 보면, 막걸리는 쌀 함량이 50% 이하다. 물과 쌀(누룩)만 들어간 술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품 도수를 쌀 함량이라고 보는데, 막걸리는 대부분 6도 정도다. 6%란 얘기다. 문배주와 안동소주, 이강주, 감홍로 등 유명 전통주들도 50도(50%)를 넘는 제품은 흔치 않다.

하지만 막걸리 성분표에서 물을 제외하면 순수한 쌀 성분은 80~90%에 달한다.

물을 넣어 곡물과 함께 발효시키는 것은 맥아를 사용하는 맥주나 위스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원재료 50% 초과 기준에 ‘물을 포함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설 대목을 앞둔 현재까지도 농식품부가 확실한 기준을 내놓지 않아 업체들은 속병을 앓고 있다.

청탁금지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5만원 이상 10만원 이하로 선물할 수 있는 막걸리, 전통주 선물세트는 아예 없다. 일부 국회의원이 지난해 말 청탁금지법 개정안에서 전통주를 제외하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주 시장은 261억원 규모로, 맥주 시장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선물세트 수요가 많아 설 대목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다. 

전통주 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많이 죽어 명절이 유일한 대목인데 답답하기만 하다. 업체들 간에도 물 포함 여부를 두고 각자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막걸리를 누가 5만원 이상 사느냐. 권익위원회에서 조만간 물 포함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며 “기준이 확정되면 유통, 제조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착한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요‘와 같은 증류식 소주 일부를 제외하면 막걸리 선물세트는 대부분 3만원 이하라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막걸리 선물세트 중에도 일부 고가 제품이 있어 기준 확립은 시급하다. 국순당 이화주는 고려 시대 왕족들이 음용한 술을 복원한 것으로, 700㎖ 한병과 잔 두개에 8만8000원이다. 엄밀하게 막걸리는 아니지만, 주세법상 막걸리와 같은 탁주로 분류된다. 

이에 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다음달 15일, 설 연휴 전에는 물 포함 여부 기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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