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무기] 강철비=철우=스틸레인..EMP로 잡는 핵미사일 실화냐?

2018-01-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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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 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강철비’에 대한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 예고편이 지난해 11월 공개됐을 때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3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변호인>의 감독이 북한 쿠데타를 소재로 만든 영화라니, 과거 한국 영화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지극히 주관적으로)없었습니다. 아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 남북 전쟁을 둘러싼 주변국의 복잡한 셈법, 남한 내부의 정치싸움 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것은 좋았으나 어디선가 본 듯한 진부한 설정은 재미를 반감시켰습니다.

밀리터리 액션은 단연 한국영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장면이 몇 군데 있습니다. 영화 리뷰를 읽다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닌 듯합니다. 너무 궁금해서 해당 장면들이 사실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영화 <강철비>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다연장로켓포 발사장면. 출처=국방TV]


1. 개성공단에 떨어진 로켓포탄 진짜 있어?

영화 초반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땅굴로 남한에 넘어온 북한의 쿠데타군이 주한미군에게 탈취 후 개성공단에 발사한 무시무시한 무기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 무기의 공식명칭은 M270 MLRS(다연장 로켓 시스템‧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입니다.

MLRS에서 발사한 로켓포탄이 하늘에서 폭발, 수백 발의 자탄으로 분리돼 땅에 비처럼 쏟아진다고 해서 스틸레인(Steel Rain)으로 불립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MLRS의 위력을 지켜본 이라크군이 붙인 별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틸레인은 재래식 무기 중 살상력이 가장 큰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틸레인에 탑재된 12발의 포탄을 모두 발사하면 여의도 면적의 3분 1에 해당하는 넓이를 무차별 타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목표물만을 타격해 아군과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미사일과 성격이 완전 다릅니다.

이런 잔혹함 탓에 스틸레인은 140개국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남과 북을 둘러싼 엄혹한 현실을 은유하기에 이보다 좋은 무기를 찾는 건 아마 어려울 겁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제목도 스틸레인을 한국어로 직역한 강철비입니다.

영화 속 남북한 두 주인공의 이름도 강철비를 한자로 바꿔쓴 철우입니다. 두 철우의 선택에 따라 남과 북 어디에서도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감독의 주제의식이 두 주인공에게 투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B-52 폭격기에서 AGM-129 ACM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출처=유튜브]

 

[북한 '화성-15' 발사 영상. 출처=JTBC]


2. 그 많은 핵미사일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두 철우의 고군분투에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위험 속으로 치닫습니다.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하자 남한 대통령은 미국에 선제공격을 제안합니다. 끝내 양국은 핵무기 사용에 합의합니다. B-52 전략폭격기가 일본 북해도 상공에서 북한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이 장면에서 2012년에 퇴역한 AGM-129 ACM 미사일을 발사되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북한이 동해 상공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해 폭발시켜 EMP 공격으로 미국 핵미사일들이 추락하는 상황은 최고조에 이른 긴장감을 단번에 떨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요즘 유행어로 '이게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실화였습니다. 미사일에 EMP 공격에 대비한 전자기 차폐 설계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영화 속 상황과 반대로 우리 군이 EMP 무기를 사용해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핵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비핵 EMP 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F15K 전투기에 장착된 타우러스. 사진=국방TV ]
 

[ 공군, 최초 타우러스 실사격 영상. 사진=국방TV ]


3. 우리 공군 전투기 미사일이 지구 뿌셔?

영화 종반부 북한의 철우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해결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최종 병기가 KEPD 350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인데요. 우리 공군에 2016년 말 실전 배치된 신상 무기입니다.

최대 사정거리 500km로 북한 전역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대 9m 두께 철근 콘크리트벽을 뚫을 수 있으며 적의 방공망을 피하고자 30~40m의 초저고도 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전쟁 지휘부가 50~100m 깊이의 지하벙커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KEPD 350 순항 미사일이 영화에서처럼 지하벙커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조금 무리한 설정입니다. 화강암 산악 지역의 지하벙커는 핵무기로도 직접 파괴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실화는 아니었지만 상상력으로 빚어진 허구의 이야기인 영화에서 이 정도는 웃으며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북 평화의 시대를 여는 열쇠가 우리 공군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 즉 우리의 손으로 얻은 게 아니었다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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