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18일 오전 5시 반 경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그는 “집안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한 뒤 청사 내로 들어갔다.
조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업무상 배임과 횡령으로 집약된다. 최고 경영자로서 사회적 준칙에 반하는 윤리상의 흠결에 앞서 법률적 분석을 통해 조현준회장의 비위 가능성 여부를 짚어 본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과 ‘형제의 난’ = 조 회장이 말한 ‘집안 문제’는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으로 불린다. 형제의 난은 2014년 7월 조현문(48) 전 효성 부사장이 형 조현준 당시 효성 사장의 비리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앞서 같은 해 6월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 매니지먼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트리니티에셋 매니지먼트는 조현준 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한 회사다. 조 전 부사장은 실질적으로 조 회장을 겨냥한 셈이다. 조 회장이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고발도 가세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7월 조현준 회장 등 효성 사내이사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현재 효성그룹 오너 일가를 둘러싼 수십 건의 고발 사건을 병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 아트펀드에서 탈세에 이르기 까지 횡령혐의, 검찰 어디까지 파헤칠까 = 검찰은 조 회장의 횡령 혐의를 여러 갈래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통행세’ 명목으로 100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의 측근 홍 모씨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유령회사를 세웠다. 조 회장은 홍씨의 회사를 효성그룹 건설사업 유통 과정에 끼워 넣었고 홍씨의 회사는 ‘통행세’ 명목으로 120억 가량의 이익을 챙겼다. 검찰은 대부분의 이익금이 홍씨 계좌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을 들어 조 회장의 비자금 가능성에 수사력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허위 직원을 고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있다. 조 회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자신과 친분이 있는 미인대회 출신 여성, 단역 배우 등 20~30대 여성 4명 등을 촉탁 직원으로 채용한 뒤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효성 본사 인사·재무팀을 압수·수색하면서 사원급여내역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300억원 규모의 ‘아트펀드’ 조성도 검찰의 수사대상이다.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를 조성한 뒤 본인이 소유한 미술품에 투자했다는 의혹이다. 아트펀드 측에서 조회장의 미술품을 고가에 매입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조 회장은 현재 받고 있는 의혹 이외에 횡령 혐의에 대한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2013년 효성그룹 탈세 수사 당시 조 회장이 법인카드 16억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심에서는 조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업무상배임 혐의도 집중추궁 = 지난해 7월 참여연대는 조 회장 등 효성의 사내이사 5명을 검찰에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효성의 갤럭시아포토닉스 신주 인수가 효성에 손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2010년, 2011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인수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갤럭시아포토닉스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각각 21억, 191억, 170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영업적자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갤럭시아포토닉스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1만 1 639주의 신주를 발행했고, 효성은 이 중 1만 894주를 인수했다. 총 544억원 이상의 인수비용이 들었다.
특히 참여연대는 인수당시 효성의 주요주주인 조 회장이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사내이사도 역임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쌍방대리의 자기거래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이 행사한 효성의 대리행위와 본인행위 사이에 모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효성의 사내이사로서는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신주를 인수하게 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에 대해서는 전량 매각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 등 경영진이 갤럭시아포토닉스 인수과정에서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조회장은 효성과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사내이사를 동시에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갤럭시아포토닉스에 대한 내부 경영정보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도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유의적 의문' 의견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경영자로서 정보 수집에 소홀했다고 지적이 있었다.
검찰은 이번 소환조사에서 이런 의혹들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