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변호사시험 2회 출신 변호사다. 공학 석사를 마치고 엔지니어의 길을 걷던 김 회장은 뒤늦게 법조인의 꿈을 꾸게 됐다.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시선이었다.
김 회장은 변호사가 되고 난 직후를 떠올렸다. 그는 “기존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들 중 일부의 주도로, 각종 변호사단체에서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로스쿨 변호사를 이분법적으로 대립시키는 구도를 만들었다. 제도가 아니라 변호사들을 비난했다”며 “아무 힘도 없는 1, 2년차 변호사들에게 권력의 중심인 것처럼 프레임을 씌워 ‘변호사 자리를 산 것이다’, ‘너네가 사시 변호사 자리를 뺏고 있다’고 말하며 비판하고 차별했지만 당시 언론 보도조차 사실이 아닌 게 많았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깨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자’는 생각이 하나 둘씩 모여 지금의 한국법조인협회가 만들어졌다. 김 회장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900명 이상이 가정형편으로 학비를 전액 면제받고 있고, 나 역시 3년 동안 공부하는데 대학교 때보다 훨씬 적게 들었다”며 “로스쿨 재학기간이 법 공부를 하기엔 짧다고 하는데 사법시험 당시에도 소위 말하는 판·검사 임관 후보자에 있는 사람들은 상당수 3~4년 이내로 공부해서 붙은 사람들이다. 사시 패스를 빨리 하는 사람들한테는 짧은 기간 동안 공부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변호사 공급을 늘려 법률 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직역별 전문변호사를 확대하기 위한 로스쿨 제도의 실효성은 있을까. 김 회장은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로스쿨 동기들 중에 40명 가까이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민간인 경력공채로 5급 사무관으로 활동하는 동기들도 꽤 있다”며 “판·검사와 경감도 있고 대형 로펌과 사내변호사로 일하는 등 업무영역이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한법협 회원 중에서도 800명 이상이 사내변호사일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예전에는 송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더 선호했지만 대형로펌에 들어가도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개업을 요구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내변호사를 선호하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변호사는 안정성이라는 장점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회사 업종에 따라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로스쿨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법조계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었다. 폐단이라고 볼 수 있는 기수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변호사들은 기수문화 없이 선·후배를 서로 존대하고 있다. 또 변호사들이 직접 의뢰인과 소통하고 발로 뛰어다니면서 일한다. 김 회장은 “우리 로펌 같은 경우 로변이 세운 1호 로펌인데 사무장을 두지 않고 있다”며 “예전에는 사무장들이 영업을 하고 의뢰인을 다 상대하는 분위기였지만 요즘 로변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스로 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하루에 30통이 넘는 의뢰인 전화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공통적인 반응은 로스쿨 변호사들은 겸손하다는 것이다. 로스쿨을 나와서 특권의식을 가질 일이 아예 없고 변호사를 지위가 아닌 직업으로 생각한다고. 다만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일이 종종 있다. 김 회장은 “전관예우가 없다고 믿지만 가끔 형사소송에서 의뢰인들이 전관예우를 믿고 있으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어떤 변호사가 맡나 판결은 비슷한 사안에서도 전관이 아닌 변호사가 맡았다는 이유로 아쉬워하기도 하는데 그럴 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면서도 “로스쿨 변호사들도 승소율이 높은 편이다. 대형펌을 상대로 승소하기도 하고, 전관에 민감한 의뢰인들도 성실성을 더 믿고 일을 맡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