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11월 매각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던 루마니아 현지법인 '대우-망갈리아 중공업(DMHI)'이 루마니아 정부의 제동으로 지금까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 경제부는 지난 5일 대우조선해양에 대우-망갈리아 중공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대우중공업은 보유 지분 51%(경영권 포함)를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같은 조건에 루마니아 정부에 인수 우선권을 주는 ‘우선매수청구권’ 조항을 포함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11월 10일 네덜란드 1위 조선업체인 다멘그룹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 조건을 승계해 약 29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내면 대우-망갈리아 중공업을 인수하게 된다. 포기하면 원계약자인 다멘그룹이 새 주인이 된다.
문제는 루마니아 정부의 태도다. 루마니아 정부가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우선매수청구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는 매각을 반대하는 현지 여론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루마니아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다멘그룹과 매각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계약 체결 발표 시점까지 어떤 입장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협상을 지원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멘그룹은 루마니아 당국이 이미 계획된 거래를 승인한 만큼 인수 후 루마니아 정부와 대우-망갈리아 중공업 및 루마니아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29일까지 매각 거래가 완료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계약 체결 후 루마니아 정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입장을 바꿔 계약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최종 의사 발표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는 사이 루마니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기업에 속하는 대우-망갈리아 중공업을 또다시 외국에 매각할 수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황을 주시하던 루마니아 정부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발표했다.
인수 의사를 던졌으나 루마니아 정부가 급히 인수대금을 마련할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또 계약서상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조항이 있지만 권리 행사기간 등에 대한 시기를 명문화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매각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정치적 사안으로 발전할 경우 단기간 내에 협상이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다멘그룹마저 인수 포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담당 임직원들은 현지에서 루마니아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협상이라고 하지만 루마니아 정부의 결단만 남은 일이니 대우조선해양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