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무려 2600%를 넘어섰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원유 기반 자체 가상화폐인 '페트로(Petro)'를 도입해 경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폐쇄적 경제 정책 특성상 위기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의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연간 누적 물가 상승률은 2616%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12월 한 달간 인플레이션은 85%였다"고 밝혔다. 통상 초인플레이션은 50%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올해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18%의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자체 가상화폐인 '페트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벌써부터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페트로는 석유, 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 베네수엘라에 매장된 천연자원의 매장량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다.
CNBC는 이날 보도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페트로는 원유 1배럴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밝혔다"며 "그러나 사용하면 없어지는 원유 특성상 페트로의 가치를 상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금 본위제 도입 당시에는 금의 특성상 등가 교환이 가능했지만 원유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에 거래되는 베네수엘라 원유 가격도 문제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현재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거래된다. 유황 함유량이 높은 탓에 최근 배럴당 6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보다 거래가가 낮다.
폐쇄적인 경제 정책이 경제 위기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통화 공급량은 10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2년간 물가 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등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올해 물가 상승률은 1만4000%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에서는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음식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가 악화되면서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중심으로 원유를 밀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제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