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베네수엘라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예고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난 해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 최대 경제지 엘 피난시에로의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평사 중 한 곳인 피치는 이날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진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베네수엘라 국내 통화 신용등급을 'CC'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보도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채무액이 총 1500억 달러(약 167조 3000억원)를 넘는 만큼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2012년 2000억 유로 이상의 채무액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그리스가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총부채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보유 외환액은 100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은 다소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25억 달러 규모의 내년 10월 만기 채권은 약 5분의1 하락한 달러화 대비 25.7센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경제난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가 디폴트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베네수엘라 정치권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비관론에 무게가 실린다.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한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제재와 국제사회의 비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야권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당장 디폴트를 모면하기 위해 100여명의 채권자와 대리인 등을 참석시킨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에서 비공개 채무조정 회의를 열고 채무 상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가 30여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정성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수입원으로 꼽히는 원유 생산량도 바닥을 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195만 5000배럴로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전체 수출의 95% 이상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 수출을 통해 생필품 보존, 사회복지 비용 등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국영 석유 기업인 PDVSA의 부패도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PDVSA의 고위 간부와 직원 30명여명은 최근 부패와 수치 조작 혐의로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