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과정치’가 국회 경과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20대 국회 시작부터 이날까지 발의된 법안은 총 1만924건에 이르지만 관련 공청회가 열린 건수는 44건에 불과했다. 법안 관련 청문회는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이는 국회법 제58조 6항이 ‘위원회는 제정법안 및 전부개정법안에 대해선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위원회의 의결로 이를 생략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법의 기본 취지는 ‘원칙적으로 공청회·청문회를 실시하고 예외적인 경우 하지 않을 수 있다’이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셈이다.
‘법안 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법 제57조 5항은 ‘소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소위 회의록은 비공개 처리된다. 국회 과방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위 회의록이 공개되지만, 여야 입장이 첨예한 쟁점 법안에서 민감한 논의가 이뤄지는 경우 비공개 처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구 계수조정소위)는 예산안 심사 막바지에 이른바 소소위를 가동해 비공개로 진행하는 관행을 되풀이해 오고 있다. 예결특위 교섭단체 간사들만 참여하는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졸속 심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은 “입법 공정성의 기준은 해당 입법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었는가 여부”라며 “이를 위해 국회법상 두고 있는 장치가 공청회·청문회 실시와 소위원회 회의록 공개”라고 말했다.
기재위 한 관계자는 “건수로 보면 전체 법안 발의 대비 공청회 숫자가 적은 건 맞는다”면서도 “그러나 법안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아주 미세한 조정까지 일일이 공청회를 여는 건 입법 효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결특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예결특위 소소위가 쟁점 사안을 논의하는 관례가 있었기 때문에 운영해 오는 것”이라며 “소소위 회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소소위 자체를 폐지할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