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촛불과 태극기의 시민운동과 새 정부의 정치개혁, 그리고 북핵문제로 시끄러웠던 2017년이 지나고 추운 바람 속에 새해를 맞이했다.
북에서 온 새해 소식 '김정은의 신년사'는 한국과 주변국을 또 다시 시끄럽게 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는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와 동북아 및 세계를 시끄럽게 하더니, 이제는 남·북한 교류전략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한국 정부에게 부담스런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민생문제는 목구멍 밖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가슴에 쓸어 담는 멍에가 되고 있다.
늦은 저녁까지 힘겹게 일하고 귀가하는 가장을 기다리시다 자정 넘어 주무시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해 자식을 학교에 보내시던 어머님의 손과 눈가의 주름이 생각나는 추운 겨울이다. 올해는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고생하시는 어머님과 아버님, 그리고 그 자녀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더불어 북녘의 동포들도 따뜻한 국과 밥을 먹을 수 있는 세월이 왔으면 좋겠다. 또한, 서로 헤어져 만나지 못하며 삶을 마감해가는 이산가족들에게 만남의 기회도 생겼으면 좋겠다. 북한 정권도 한민족 가족의 정을 헤아리는 인륜의 정치를 펼쳤으면 한다.
올해 정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진보나 보수, 그리고 여당이나 야당이 모두 가족을 사랑하듯이 선의적 경쟁은 하되 서로에 대한 존경으로 성숙한 대한민국의 민주정치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정부의 주요 과제가 진실로 국민의 행복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해 말,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로부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도 밟히고, 남·북한 간의 교류, 북·미 회담을 통해 경축할 국가기념일을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북·미 회담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이 되는 9월 이전에 이뤄진다고 전해들었다.
그리고 올해 북한이 국민 경제 안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런 얘기를 듣던 시기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심지어 중국도 이 제재에 동참하던 시기라 반신반의하며 새해 초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를 들었다.
믿을 만한 신년사인지 반복해 들어보고 관련 여러 뉴스를 찾아봤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한 회담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리정부의 호응으로 판문점 핫라인도 다시 연결되니 남·북한 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 간의 변화에 국제사회의 입장은 조금씩 차이가 있고, 국내 각 정당과 정파의 시각도 제각기 다르다. 남·북한 교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핵이 있는 북한과 교류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과 국내 보수의 입장이다.
여하튼,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에 으름장을 놓으면서 한국과는 교류를 하겠다는 것이 무슨 속셈인지 자세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다른 목적을 갖고 우리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우리도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한 전략인 비핵화와 중국의 대북한 전략인 제재와 협상이라는 전략도 우리의 이성적 판단과 외교적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남·북한 관계가 호전되면 한·중 교류가 활성화되지만 이는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에 부담으로 나타난다. 미·중 관계가 좋아지면 다중 외교 관계에 큰 장애는 없겠지만, 미·중이 대립하는 경우 남·북한 관계는 축소되게 된다. 그러나 그 상황을 거꾸로 본다면 이러한 미·중 관계의 영향을 벗어나 한반도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 한국 외교와 국민의 힘이 아닌가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켓맨이 이제 처음으로 한국과의 대화를 희망하고 있다. 좋은 소식일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 미국은 지켜볼 것”이라며 이것도 대북제재의 효과라고 했다. 그리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남·북 대화에 반대하며 “북한은 원하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금지하는데 동의할 때까지는 그것을 인정하지도, 승인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로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힌 데 대해 “좋은 일”이라고 환영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남북한이 이를 계기로 상호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긴장 정세를 완화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한·미 관계를 흔들기 위한 의도를 보였다"며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 시켜 주한 미군 감축 및 철수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동북아 열국(列國)의 소리다.
김정은의 신년사에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국면전환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일부분은 맞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북·미 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 국내경제와 지도력을 고려한 포석 혹은 핵개발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 등등.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동북아 국제정세를 현시점에서 안정시키고 한·미, 한·중 관계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로 나갈 수 있는 이번 기회를 거부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새해 초 남·북한 대화채널의 복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단계적인 안보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치를 펼치는데 주력해야 할 한다. 국민들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발전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홍보해야 할 것이다. 이제 평화의 평창동계올림픽과 한반도 비핵화는 눈앞에 놓인 우리의 도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