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반(反)호주 감정이 사상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외교부가 주중 호주 대사를 초치하는 등 양국 관계 악화가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밖에 인도와 미국, 일본, 한국 등이 중국과 적대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만3332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호주가 58.6%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것은 중국이 호주 내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호주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정당 및 시민단체에 대한 외국인의 기부를 금지하고 해외 국가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 등록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자금력을 동원해 호주 내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에 호주 주재 청징예(成競業) 대사가 직접 호주 정부에 항의했고, 중국 외교부도 주중 호주 대사를 초치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양국의 안보·전략적 이해관계 충돌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미국의 핵심 안보 동맹국인 호주와도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호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위는 13.9%의 인도였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인도 동북부 도클람(중국명 둥랑) 지역에서 3개월째 군사 대치를 이어가다가 최근 고위급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지난 1960년대 전쟁까지 치른 두 나라는 아직까지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대(對)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국과 인도 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3위는 미국(11.1%)으로 집계됐다. 미·중 관계는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도 성공한 사업가인 트럼트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명시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양국 간의 무역 불균형 문제도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은 9.1%로 4위를 기록했다. 올해 난징대학살 80주년을 맞아 반일 감정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에 이어 한국(4.1%)이 5위였다. 2년 가까이 지속된 사드(THAAD) 갈등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독일과 싱가포르, 베트남을 비우호적인 국가로 꼽은 표도 소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