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 방식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전무하다."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고강도 규제안을 도입하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반론은 '블록체인 기술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 형태를 유지하면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연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부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가상화폐 시장을 고강도 규제로 옥죄면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줄곧 주장해왔다.
하지만 연합회는 이러한 주장이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선진국의 거래소들과 달리,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다. 가상화폐 광풍으로 사익을 얻는 거래소와 이들과 결탁한 전문가들이 이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정책 도입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은 "모순점은 한국의 거래소들이 블록체인 기반이 아니라는 점이다"며 "블록체인 기반 거래소는 중앙에 서버를 둘 필요가 없어 데이터를 보관하지 않아도 돼 해킹을 당할 우려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현 거래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빗썸 같은 중앙화된 거래소들은 데이터를 내부에 보관하고 있어서 개인 정보 유출에 취약하고 보안 수준도 제도권 금융기관 수준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해결책으로 '기술 연동제'를 제시했다. 정부가 R&D를 지원해서 거래소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향상시키도록 하되 동시에 거래소가 자기자본금 내에서 거래하게끔 거래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 의장은 "R&D 지원을 통해 거래소 기술력을 향상키고 블록체인 기반이 아닌 거래소의 거래규모를 제한해 해킹이나 내부데이터 조작 사건이 발생해도 거래소가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거래소들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 한 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거래 자체가 분리돼 거래 중이다"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 한 몸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들이 의도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 시스템을 전환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홍 의장은 "P2P 거래소는 전문가가 접근하기는 좋으나 일반인이 이용하기에는 생소하고 불편하다"며 "중앙화된 거래소는 대중이 이용하기에 편리해 폭발적인 사익을 얻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는 자발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며 "P2P 거래소로 전환하면 하루 거래량이 현재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고 예측했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동수 카이스트 교수는 "금융당국이 국책 연구소들에 전자화폐나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토록 주문하고 이에 기반해서 정책을 만들어야하나 그 역할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