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탈석탄 정책의 명과 암…‘가스 대란’ 등 부작용 속출

2017-12-21 17:02
  • 글자크기 설정

가스 공급량 부족으로 대중교통 마비·운동장 수업 등

무리한 가스 난방 전환 작업…애꿎은 주민들만 피해

지난 5일 허베이성 바오딩의 한 액화천연가스(LNG) 충전소 앞에 연료 공급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줄이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3월 집권 이후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이에 중국 정부는 유관부서의 환경평가와 연구분석을 통해 석탄 발전과 석탄 난방을 스모그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2013년 9월 중국 국무원은 '대기오염예방행동계획(大氣汚染防治行動計劃)'을 발표, 수도권의 모든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리는 한편 베이징(北京)시, 톈진(天津)시와 수도권 인근 26개 도시, 이른바 '2+26' 도시 300만 가구의 기존 석탄 난방을 가스 또는 전기 난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정부가 천연가스 비축량과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전환 작업을 추진한 까닭에 허베이(河北)성 등 중국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스 공급 부족에 따른 각종 부작용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석탄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석탄 난방설비를 철거한 가정에 가스 난방설비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한편 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일부 가정용 난방 공급이 수시로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 대중교통 마비...일부 초등학교 운동장 수업도

늘어난 가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각 성 정부는 공장과 운수용 가스 공급을 제한하고 가정용 난방에 최우선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허베이, 허난(河南), 랴오닝(遼寧) 등 여러 지역에서 택시나 버스들이 가스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운행을 중단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연료 공급원인 가스 충전소는 제한된 공급으로 오전에만 영업하고 오후에는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해 야간에 영업을 하는 택시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 북부의 주요 도시인 산시성 타이위안(太原)시에서는 가스 충전을 위해 몰려든 버스와 택시들로 아수라장이 된 주유소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버스의 가스 충전 대기시간만큼 늘어난 버스 배차시간에 큰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길가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려도 택시를 잡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허베이성 바오딩(保定)시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규정에 따라 석탄 난로를 철거했지만 한파가 몰아치는 현재까지도 전기 난방시설을 설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난방 시설이 없는 '냉동'교실을 '탈출'해 운동장에서 햇볕을 쬐며 수업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햇볕이 안 드는 교실 안보다 야외가 더 따뜻하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체온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단체 달리기를 수시로 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가스 난방 공급을 시작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에는 가스 난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며 “햇볕이 안 드는 교실의 경우 실외인 운동장보다도 춥다”고 전했다.

◆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스 값...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가스 난방설비의 설치도 시급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스 가격 또한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중국 북부 전역에 난방 공급이 시작되면서 가스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중국 24개 성·시 액화천연가스(LNG) 평균 가격은 t당 5636위안(약 91만6000원)으로, 11월 중순(11~20일)의 가격인 4393위안보다 28.3% 올랐다. 지난 8월 말 시세인 3129위안과 대비하면 무려 80%나 넘게 치솟았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각 지방 정부와 대형 가스업체들은 해당 지역에 가스 공급을 확대키로 하는 등 급한 불부터 끄기에 나섰다. 중국 최대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Sinopec)은 내년 봄까지 북부 지역에 한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3% 늘어난 151억㎥ 규모의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LNG 수입, 셰일가스 개발 가속화, 산업용 가스 통제 등을 통해 주거용 가스 공급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 4일 긴급 공문을 통해 "가스 난방시설로 교체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은 기존 석탄 난방시설을 계속 사용해도 된다"고 통보했다. 이 공문은 수도권 '2+26' 도시 전체에 하달됐다.

중국 언론들도 지방정부의 졸속행정으로 인한 현 사태에 일침을 가하는 등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5일 사설을 통해 “난방시설 교체 작업은 신속함보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이 아무리 중요해도 민생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