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달려본 사람들'의 현대차 스포츠카 헤리티지 이야기

2017-12-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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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현대자동차 제2회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왼쪽부터)권규혁 현대자동차 브랜드전략팀 차장, 성우 배한성씨, 권봄이 카레이서, 황욱익 자동차 칼럼리스트의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끼이이익- 쾅!" 빠르게 주행하던 레이싱카가 가드레일을 받고 붕 뜨더니 천장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행사장 벽면에 걸린 스크린에서 영화에서나 볼법한 레이스 사고 영상이 나왔다.

반복 재생되는 사고 영상에 참가자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침묵을 깬 것은 영상 속 사고 당사자 권봄이 카레이서.
권씨는 "2014년 KSF 벨로스터 터보 최종전에서 앞에서 스핀하는 차를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공중에서 세 바퀴를 구르고 떨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심각한 사고였는데, 사고 당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이번 시즌 최종전에 리타이어하면 안 되는데..'였다"고 덧붙였다. 긴장했던 관객석에서 일부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당시 경추골절로 인해 사지마비까지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사고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스링크에는 김연아가 있다면 써킷에는 차로 트리플 악셀을 하는 권봄이가 있다는 농담까지 던진다. 끔찍한 사고도 그녀가 질주하는 즐거움에는 제동을 걸지 못했다.

'자동차 액셀 좀 밟아봤다'는 사람들이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다목적홀에 모였다. 2회차 진행된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 콘서트장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권씨를 비롯해 성우 배한성씨,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권규혁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차장(前 자동차 저널리스트 및 만화가) 등 분야별 전문 패널이 함께했다. 

이들은 △헤리티지 자동차 소개 △차량별 에피소드 소개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및 N브랜드 소개 등을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헤리티지는 대대로 내려온 유산을 뜻한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열린 1회차에는 '고급 승용차'를 주제로, 이어 이번 행사에는 '스포츠 쿠페'를 내세워 현대 스포츠카의 유산을 소개했다.

현대차 최초 독자개발 엔진을 탑재한 '스쿠프', 콘셉트카가 양산차에 적용된 당사 최초 모델 '티뷰론',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인정받았던 스포츠 모델 '투스카니' 등이 소개될 때마다 참가자들은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당시 천리안이나 하이텔과 같은 플랫폼을 통한 자동차 동호회, 그들이 사용했던 'CB 무전기' 이야기를 꺼내자 관객 일부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러자 황씨는 "지금 고개 끄덕이시는 분들은 모두 나이가 40대 중반 이상일 것"이라고 짖굳은 농담을 덧붙였다.

행사는 패널과 관객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포츠카 관련 질문을 주고받았다.

그중 "어디까지 튜닝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부 기계를 최소화했던 응답자, 겉에만 요란한 스티커를 붙였던 응답자 등이 관객들의 공감을 사며 콘서트 분위기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또한 현대차 스포츠카가 발전해온 모습을 함께 보면서 장단점을 가감 없이 나누고, 다른 브랜드 이야기도 서슴치 않았다.

미래의 모터 스포츠 모습과 현대차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

권씨는 "미래에 자동차 공유경제가 본격화되면, 갖고 싶은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로의 인식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그를 위해서는 스포츠카와 제조사 관점의 모터스포츠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장내 실제 전시해둔 차량들 때문이었다.

일산에서 온 백 모(35)씨는 "유년시절 아련하게 기억에 남았던 스쿠프, 청소년기 어른들의 차로만 보였던 티뷰론, 성인이 된 후 드림카로 꿈꿨던 투스카니를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행사장에 전시된 차종에 타보고 기념사진도 촬영하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티뷰론의 경우 당시 500대 한정 생산으로 판매됐던 알루미늄 차체 모델을 전시해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편, 현대차는 1967년 창사 이래 출시한 역대 차량과 독자개발 파워트레인, 모터스포츠 참가 역사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와 같이 자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객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권규혁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차장은 "궁극적으로는 현대차 헤리티지 박물관을 여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면서 "당장 내년에는 온라인 헤리티지 공간을 만들어 적극적인 소통과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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