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빈 방중을 계기로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을 해소하고 경색됐던 관계를 공식적으로 완전 복원할지 주목된다.
지난 10월 31일 양국 정부가 사드 갈등을 '봉인'하고 한·중관계를 정상 복원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한·중 정상은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12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며,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정상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한·중관계의 완전 복원까지는 북한 핵문제와 사드 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중국 외교라인에서는 사드 봉인 합의와 별도로 일명 '3불(不) 원칙'(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등 사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나와 "사드 문제로 한동안 냉각됐으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에 우호적인 협력정책을 펴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3불'과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사드 갈등을 봉인한다는 당초 합의와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양국 정상이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계기로 세번째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관계 정상화와 관련한 중요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은 결국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과 여건 하에 성사됐다"며 "아직 현안에 대해 중국 측이 무엇인가 우리하고는 다른 입장을 표시하는 상황이어서 공동성명을 낸다면 (양국 간) 다른 부분이 나타나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공동성명뿐만 아니라 공동 기자회견도 생략해 사드 문제를 둘러싼 이견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역대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1992년 수교공동성명을 비롯해 양국 관계가 격상되는 등 중요한 계기마다 늘 공동성명이 나왔다.
이번 문 대통령의 첫 국빈 방중 역시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고, 북핵 해결을 위한 큰 그림을 제시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정상회담 석상에서 사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의 역할론도 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한 것처럼 시 주석에게도 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 측이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여달라는 요청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나, 북한이 갈수록 도발의 강도를 높여가고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제재에 협력하겠다는 정도의 뜻은 밝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핵동결을 입구로, 비핵화를 출구로 삼는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 구상과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시 주석의 '쌍중단(雙中斷)'론을 놓고 정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그러나 시 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중이 양국관계가 정상화 궤도로 나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국빈의 격(格)으로 이뤄진다는 것과 방중 일정 중 충칭(重慶) 방문이 포함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칭은 임시정부 청사가 존재하고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다수 진출한 곳인 동시에,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을 중심으로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구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에 문 대통령이 충칭 방문을 통해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중국에 경제협력 강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