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진의 국제관계와 법]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 제도와 최근 사례

2017-12-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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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공수진]

[법과 정치]

16년만에 활용되고 있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제도


지난 11월 2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USITC)는 수입 세탁기에 대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할 것을 권고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국제무역위원회(이하 ‘USITC’)는 10월 31일 수입 태양광 셀에 대해서 이미 세이프가드 조치를 권고하였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는 2001년 철강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올해 16년만에 조사가 개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조사 결과는 모두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다가 조치 부과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제도와 조사기관

일반적으로 세이프가드 제도는 덤핑이나 보조금과 같은 불공정무역행위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급격한 수입 증가로 피해를 입은 국내 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안전밸브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남용되지 않도록 WTO 세이프가드 협정은 발동요건, 조사절차, 조치부과 요건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각 WTO 회원국의 법제도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절차는 각 국의 국내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의 세이프가드 제도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먼저 세이프가드 조사를 담당하는 USITC는 1916년 설립된 관세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는 연방기관으로서, 1974년 무역법 제171조에 따라 국제무역위원회로 명칭이 개칭되었다. USITC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미국의 대외 무역과 관련한 폭넓은 조사를 수행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는 준사법적인 기관이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예컨대, USITC는 6명의 위원으로 이루어지는데, 동일 정당의 인사가 3인을 초과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각 3인으로 구성됨으로써 특정한 정치적 성향이 USITC의 운영이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로 구성된다.
USITC는 ① 반덤핑 및 상계관세제도와 관련한 산업피해 여부 판정, ② 세이프가드 조치여부의 결정 및 대통령에 대한 건의, ③ 특허권,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불공정수입에 대한 조사 및 제재조치, ④ 무역과 관련한 정부의 전략연구소로서의 기능 수행,
⑤ 미국 상품목록 (Harmonized Tariff System)에 대한 지속적 리뷰업무 수행 및 수정 건의 등의 기능을 한다. 무엇보다 예측하지 못한 급격한 수입 증가로 인하여 국내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피해가 있는 경우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세이프가드 조사 절차 및 주요 내용)

미국의 세이프가드제도는 1974년 무역법 제201조~제204조에 규정되어 있다. USITC가 특정 상품의 수입 급증이 국내 동종상품 또는 직접경쟁상품을 생산하는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 또는 심각한 피해 위협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대통령은 동 법에 따라 모든 적절하고 실현가능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USITC는 무역단체, 업체, 공인된/인정된 노조/노동자 단체를 포함하여 특정 산업을 대표하는 당자사의 의한 청원 또는 대통령/USTR의 요청, 상하원(하원 세입세출위원회 및 상원 재무위원회)의 의결이나 USITC의 자체 발의를 통해 조사를 개시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조사개시여부에 대한 별도의 절차없이 신속하게 조사가 개시된다.
USITC는 조사를 개시하여 조사대상 상품의 수입 증가가 국내 동종 또는 직접경쟁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 또는 심각한 피해 위협의 실질적인 원인(substantial cause)인지 여부를 검토한다. 심각한 피해는 ① 국내산업 생산설비의 상당한 유휴 ② 상당수 업체가 합리적 이윤 수준에서 국내 생산활동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 ③ 국내산업의 상당한 실업 또는 불완전 고용 등을 포함하여 관련된 모든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여 판단된다.
실질적 원인은 중요하고 다른 원인에 못지않은 원인으로서, 국내 생산에 대한 실제 또는 상대적 수입증가와 국내생산자의 국내 생산 점유율 하락이 고려된다.
USITC는 120일간의 조사기간을 통해 국내산업에 대한 피해 여부를 조사하며, 조사내용이 특별히 복잡하다고 판단되면 30일 연장할 수 있다. USITC는 적절히 공고를 한 후 공청회를 개최하여 이해당사자와 소비자들이 참석하고 증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USITC는 최단시일내에 조사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이는 180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USITC가 국내산업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정하는 경우, 국내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를 시정하고, 국내산업의 구조조정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를 건의해야한다. 이와 관련하여 USITC는 ①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또는 부과, ② 대상 상품에 대한 할당관세 ③ 대상 상품의 미국내 수입에 대한 수량규제의 수정 ④ 앞선 ①~③ 조치들의 조합, ⑤ 대상상품의 수입증가의 저변 요인을 시정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피해 또는 위협을 경감시키지 위한 국제협상의 개시, ⑥ 수입품과의 경쟁에서의 긍정적 조정을 촉진하는 여타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USITC의 보고서가 접수되면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모든 적절하고 시행가능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대통령의 최종 결정 전 미국 무역대표부(U.S. Trade Representative)는 공청회 등을 개최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대통령이 최종 조치를 결정하면, 그 결정일로부터 15일 이내 발효된다. 대통령이 USITC의 권고와 상이한 조치를 취하거나 기각하는 경우라도 의회 상하원이 공동결의로 90일 이내에 구제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세이프가드 조치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는데 필요하고 국내산업의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데 필요한 기간동안만 적용되어야 한다. 관세인상의 경우 현존하는 관세율에 더하여 종가세율 50% 이상을 인상하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또한, 수량제한조치를 취하는 경우 허용되는 수입의 물량 또는 금액은 대통령이 별도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물량의 수입을 대표하는 가장 최근 3년 중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물량 및 금액은 되어야 한다.


16년전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WTO 분쟁

현재까지 WTO에 제소된 분쟁사건은 2017년 11월 현재 제기된 전체 532건 중에서 47건으로서, 그 중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사건은 대한 사건이 15건이었다. 특히 2002년 3월 당시 부시 대통령이 부과한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하여 제소된 사건이 9건으로서, 동 조치는 그 대상이 유례없이 포괄적이어서 주요 철강 수출국으로부터 많은 반발을 야기하였다.
세이프가드 조치는 불공정무역에 대한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WTO 세이프가드협정은 상대국들에게 보상을 하거나 보상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수출국들에게 일정한 경우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이프가드 협정 제8조는 30일 이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세이프가드 조치가 적용되기 전 90일이내, 그리고 보복조치에 대하여 WTO에 서면통보가 이루어진 30일 이후에 보복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당시 보복조치로서 관세양허정지를 통고한 바 있으나,
보복조치가 취해지기 이전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 국가들이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WTO에 제소함으로써 ‘미국-특정 철강세품의 수입에 대한 확정 세이프가드조치’ (United States – Definitive Safeguard Measures on Imports of Certain Steel Products) 사건의 분쟁해결절차가 진행되었다.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는 4가지 품목군의 33개 품목그룹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법률적 쟁점이 품목별 또는 그룹별로 분산되어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제소국들이 승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 사건에서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예기치못한 상황의 진전으로 인한 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검토되었다. 먼저, USITC는 러시아 붕괴, 아시아 경제위기 그리고 달러의 지속적인 평가절상을 ‘예기치 못한 상황의 진전’으로 간주하고 있었는데, 동 사건에서는 이러한 상황들이 어떻게 수입증가를 야기하였는가에 대하여 USITC가 적절한 논리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판정되었다.
또한, 품목별로 이루어진 수입증가와 관련하여 일부 품목에서 USITC가 2000년 이후 급격히 수입감소가 있었음에도 이를 적절히 고려하지 않고, 상대적 수입증가와 관련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이프가드 협정 위반 판단이 내려졌다. 또한, 인과관계와 관련하여서도 품목별로 5가지 요인(추세의 일치성, 경쟁조건, 비귀속요소, 계량화, 평가순서)을 고려하면서, 일부 품목에 대하여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려짐으로써 미국이 사실상 패소하였다.
동 사건에서는 기존 세이프가드 사건과 마찬가지로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FTA 체결국을 선별적으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검토가 이루어졌다. 즉, 미국은 NAFTA 체결국인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FTA 체결국인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제외하였는데, 이는 세이프가드 조사과정에서 피해 결정시 포함되는 수입과 조사대상이 되는 수입이 일치해야한다는 대칭성(parallelism) 문제를 발생시킨다. WTO 분쟁해결에서는 지속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대상과 조치부과 대상국간에 대칭성이 보장되도록 판정되어 오고 있으나,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대상이 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사

(태양광 셀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

USITC는 9월 22일 태양광 셀(Crystalline Silicon Photovoltaic Cells)의 수입 증가로 인하여 동종 또는 직접경쟁 상품을 생산하는 국내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수입증가가 피해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USITC는 세이프가드 조치 권고안인 담긴 보고서를 11월 13일 대통령에게 제출하였는데, 조치내용은 USITC 의원별로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하여 각각 저율할당관세와 관세인상을 또는 수입허가권 등을 부여하는 등 아래와 같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기존 세이프가드 조사에서와는 달리 USITC는 FTA 체결국인 멕시코와 한국을 조치부과 대상으로 판정하였다. 즉, 멕시코산 태양광 셀이 미국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에 기여하였으며, 한국산 태양광 셀이 심각한 피해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호주 등 다른 FTA 체결국들로부터의 수입은 심각한 피해의 실질적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됨으로써 조치 부과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가정용 대형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

USITC는 2017년 10월 5일 가정용 대형 세탁기의 수입 증가가 동종 또는 직접경쟁상품을 생산하는 국내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USITC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대통령에서 아래와 같이 3년간 가정용 대형 세탁기 수입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를 권고하였으며, 120만대 초과 물량에 대하여 50% 종가세의 관세인상도 권고하였다. 동 관세는 2차 년도부터 5% 감소한다. 단, 120만대에 대한 관세율에 대하여는 위원들간 의견이 달랐다.
USITC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3년간 가정용 대형 세탁기에 대한 부품의 수입에 대하여도 별도의 저율관세할당을 권고하였다. 1차 년도 5만개를 시작으로 매년 2만개씩 할당된 수입량을 증가시키고, 할당량을 넘어서는 수입에 대한 관세율은 50%에서 매년 5%씩 감소시켜 나가는 방안을 권고하였다.
 
USITC는 NAFTA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의 수입에 대하여 피해 부정 판정이 내려졌으므로 이들을 상기 조치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하였으며, 한국을 포함한 다른 FTA 체결국에게도 적용되지 않도록 권고하였다. 동 권고안이 담긴 보고서는 12월 4일 대통령에게 제출될 예정이며, 12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태양광 셀과 세탁기에 대하여 세이프가드 조치 부과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나, 그간의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부과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한국 정부는 WTO 제소를 비롯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을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대통령에게 USITC의 보고서가 제출된 후 이루어지는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참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측 입장을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우리나라는 WTO 세이프가드협정 제8조에 따라 미국과 보상을 협의할 수 있고, 협의가 실패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보복조치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이프가드 조치가 3년 넘게 부과되는 경우도 많지 않거니와, WTO 분쟁해결절차도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승소하더라도 사실상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보복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기존 사례들과 달리 태양광 셀과 세탁기에 대한 최근 세이프가드 조치는 한-미 FTA가 달리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 즉, 한-미 FTA 제10.5조는 일방 국가가 WTO 체제하의 다자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하는 경우, 타방 당사국 원산지 상품의 수입이 심각한 피해 또는 그 우려의 실질적인 원인이 아닌 경우 조치부과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광 셀에 대한 조치에서 USITC는 한국산 태양광 셀이 피해의 실질적 원인이므로 조치대상에 한국산 제품을 포함하였던 반면, 한국산 세탁기는 실질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조치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결과적으로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의 실질적인 대상은 베트남, 태국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세탁기이므로 사실상 WTO 제소와 같은 정부 대응은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6. SWOT 분석

가. Strength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강점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이 USITC의 권고안대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하는 경우 국내 기업들은 어느정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타격의 정도는 국내 생산량과 해외 생산량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 Weak Point

국내 생산이 없고 해외생산에만 집중하는 기업의 경우 한-미 FTA를 통해 한국산 제품이 제외되더라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세탁기의 경우 LG는 일부 국내(창원)에서 세탁기를 제조하고 있지만, 이외의 물량은 베트남과 태국에서 제조하고 있으며, 삼성은 전량 베트남과 태국에서 제조하고 있다. 따라서, 세탁기의 경우 WTO 제소와 같은 대응은 베트남과 태국의 협조를 받아야 가능하므로 정부의 대응에는 제한이 따른다.

다. Opportunity

세계화의 진전으로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해외에 진출한 사례가 많아, 이미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오히려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하여 미국내 시장점유율이 회복시킬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세탁기의 경우 2018년 중 삼성전자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각각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므로, 미국내 공장들이 가동되는 경우 시장점유율이 점차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라. Threat

소위 글로벌 가치 사슬이 심화되면서 세이프가드 조사나 조치부과에 대하여 국가-대-국가의 관계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따르므로 기업 스스로 대비를 해야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조치가 부과된 후 대응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사전적으로 수입국내 사정을 감안하여 전략적으로 물량을 조정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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