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섬나라가 아니다. 그렇지만 북한으로 인해 연결고리가 끊긴 한국은 에너지 자원 공급 측면에서 마치 섬과도 같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2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러시아 발다이클럽 공동 주최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발다이클럽 아시아지역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에너지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방식은 수송 방식보다 경제성 측면에서 크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시 말해 천연가스 공급국과 수백 또는 수천 km(킬로미터)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연결되는 것 자체가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파이프라인(석유·천연가스 등 유체의 수송을 위해 만든 관로) 건설을 통해 북한과 한국을 연결하는 계획은 획기적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정치적인 전제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통과 가스 수송관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면서 "북한이 외부로부터 원유와 가스를 공급받을지와 대북제재에 대한 문제점도 지닌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더라도 종잡을 수 없는 북한 정권이 중간에 꼭지를 잠그거나 차단할 경우 한국은 중대한 에너지 수급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측면에서 정치적 전제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북한을 경유하지 않는 동해 해저 배관을 깔아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들여오자는 의견도 있지만, 막대한 투자비용 등을 감안할 때 파이프라인 연결을 추진하는 가장 큰 목적인 경제성이 훼손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와 관련해선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이 가속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연결성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양 측면이 모두 필요하다"면서 "(이것으로) 아시아 에너지 시장을 바꿀 수 있고, 에너지 금융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4년 창설된 발다이클럽은 러시아와 세계의 지식인을 초청해 정치·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회의체로, 이른바 '러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린다.
현재까지 전 세계 63개국에서 1000명 이상의 대표자들이 참석한 글로벌 행사로 한국에서는 27~28일 양일간 처음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