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DNA를 품은 테슬라가 국내시장에 처음 도입한 전기차 모델S를 타고 지난달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인천 을왕리까지 왕복 120㎞ 구간에서 상품성을 평가해 봤다. 시승차는 90㎾급 배터리와 앞·뒤로 구동을 전하는 듀얼모터가 장착된 모델S 90D다.
장거리 주행에 앞서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로 향했다. 선택한 곳은 여의도 IFC몰. 현재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서울, 충청, 강원, 대구, 부산, 광주 지역에 총 10개가 있다. 테슬라는 모든 광역권을 아우르는 슈퍼차저를 연내에 14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슈퍼차저 비용은 무료다.
수퍼차저 이용은 스마트폰 충전과 비슷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커피숍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46%에 불과했던 배터리는 100%까지 차올라 있었다. 모델S 90D의 경우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에 총 378㎞를 주행할 수 있다.
또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른 정교함이 살아 있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을 단순화했다. 측면에는 주유구가 없다. 왼쪽 후미등 끝 부분에 충전 단자를 잘 감춰놓았다. 또 범퍼 하단에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머플러가 없다.
실내 디자인은 혁신 그 자체다. 운전석과 보조석 가운데에 놓인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최첨단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이미지다. 핸들 너머에 풀 LED로 된 계기판도 미래 차를 지향한 모습이다.
특히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거의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웹서핑까지 가능할 정도니 ‘달리는 전자제품’으로 불려도 손색없다. 터치 방식이라 주행 중에 조작을 위해 시선 이동이 필요한 점은 감안해야 한다.
모델S 90D는 최고출력 417마력, 최대토크 67.1kg.m의 힘을 낸다. 2000㎏이 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4초 만에 주파한다.
모델S는 밟으면 밟는대로 나갔다. 모터의 강한 출력 덕분에 도로위에서 직관적으로 움직였다. 3D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엔진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이 없어서 실제 속력을 체감하지 못해 과속은 주의해야 한다. 일반 스포츠 세단의 ‘으르렁’ 거리는 엔진음과 변속하는 느낌이 없어 운전의 ‘맛’을 느낄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오토파일럿 작동 과정은 테슬라와 운전자 간 ‘밀당’의 연속이다. 오토파일럿 작동시 손으로 핸들을 살짝 감아쥐어야 한다. 10초 이상 손을 떼면 경고음이 발생했다. 운전자를 철저히 훈련시켜 운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도록 경고하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2~3번 경고를 무시하자 결국 오토파일럿 작동은 멈췄다. 다시 사용하고 싶어도 주행 중에는 불가능했다.
가격은 늘 고민이다. 테슬라 모델S 90D는 1억원이 넘고 친환경차 구입 혜택을 받으면 8000만원까지 내려가지만, 여전히 망설여진다. 혁신을 경험하고 싶은 ‘얼리 어답터’라면 추천한다. 만약 가성비가 중요하다면 내년 3000만원대 테슬라 모델3 제품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