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에서, 동부건설은 '을'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에어컨 냉매 배관공사 등을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고, 추가공사에 따른 하도급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동부건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동자4구역 주상복합 신축현장 등 11개 현장의 에어컨 냉매 배관공사 등을 다른 사업자에게 위탁하고, 해당 사업자가 이미 시공한 부분에 대한 하도급대금 2억3900만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감액했다.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을 감액, 하도급법 감액금지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건설은 또 동자4구역 주상복합 신축공사와 관련, ‘멀티에어컨 냉매 배관공사’ 위탁과정에서 추가공사가 발생했는데도 이에 대한 서면 계약서를 수급사업자에게 발급하지 않아 공정위에 적발됐다.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로부터 수급사업자가 건설 위탁에 따른 계약공사를 착공하기 전에 관련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또다시 하도급법을 위반했다.
전형적인 대형 건설사의 갑(甲)질 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사업자의 하도급업자에 대한 불공정한 하도급 대금 미납 등은 건설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하도급사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업구조이다 보니 원사업자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대형 건설사의 경우, 공사 규모가 커 손해를 보더라도 할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고 하도급 대금을 미루거나 일부 받지 못해도 눈물을 머금고 참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공정위 역시 동부건설의 하도급 대금 감액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서 엄중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감액한 금액이 2억원을 초과해 법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 시정명령에서 끝나지 않고 검찰고발까지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동부건설의 하도급 대금 삭감은 향후 공정위가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 사업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특히 건설업계의 하도급 관계에서 대금 문제 이외에도 뿌리깊게 박혀 있는 불공정 관행 등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당초에 정한 하도급대금을 깎거나 하도급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엄중 제재,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에 기여할 것”이라며 “건설업종에서 부당 감액, 유보금 명목의 대금 지연 지급 등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