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自問)은 스스로 묻는, 그래서 저절로 나오는 물음이다. 우리의 자문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와 같은 철학적·근원적이지만 그래서 한가하게 느껴지는 질문에 앞서 우리만이 해야 하는 질문이다.
트럼프의 미국, 시진핑의 중국 그리고 아베의 일본이 노골적으로 펼치는 각축을 피부로 느끼면서 오늘 우리 모두 함께 던져 보는 이 자문은 어둡고 슬폈던 과거 역사에서는 해보지 못 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제 자존(自存, 스스로 보존)하고 자존(自尊, 스스로를 높임)할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이런 자문 답을 구하면서 참고할 만한 경구가 '맹자(孟子), 이루장구상(離婁章句上)'에 보인다.
가필자훼이후(家必自毁而後)에 인(人)이 훼지(毁之)하며
국필자벌이후(國必自伐而後)에 인(人)이 벌지(伐之)하나니라."
어려운 한자도 많지 않다. 侮는 모욕(侮辱)의 '업신여길 모', 毁는 훼손(毁損)의 '헐 훼' 伐은 정벌(征伐)의 '칠 벌'이다. 自는 '자기 자신'인데 한문 구조에서 타동사의 목적어가 될 때는 그 동사의 앞에 놓인다(도치법). 人은 '사람'이라는 보통명사가 아니고 '남'을 뜻한다. 문법 구조가 간단하고 똑같아 이해도 쉽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기며,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훼손한 뒤에 남이 그 가정을 훼손하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공격한 뒤에 남이 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업신여기고 있지 않는가? 우리 공동체를 우리 스스로 헐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가 먼저 우리나라를 쳐서 남이 쳐들어오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각자 성공하고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되 自侮, 自毁, 自伐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는 모를 수 있지만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은 훤히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