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만 구해주고… 자영업자 "우린 뭡니까"

2017-11-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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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형 식당까지 연쇄적 매출 감소… 금액 현실화 주장

정부, '식사비·경조사비 유지, 선물 액수만 상향'안 검토 반발

외식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난 뒤 매출이 절반 가량 줄었다고 답했다. 사진은 종로구 한 음식골목의 한산한 모습. [한지연 기자]
 

정부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 작업을 높고 대부분이 중소자영업자인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개정 논의 가운데 식사비와 경조사비는 그대로 두고 선물 상한액만 농·수·축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높이자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조치는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서대문구 등에서 만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개정 작업 중인 김영란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정부가 농·어민들의 매출감소 호소에는 반응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 호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외식사업자들은 3만원으로 식사비를 제한하고 있는 김영란법이 고급식당뿐만 아니라 중저가형 식당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금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교직원 등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2016년 9월 28일 시행됐다. 다만, 합법적으로 제공되는 금품의 상한액을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했다.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영향분석’ 결과 농·축·수산인들의 손해를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식사비는 3만원에서 5만원, 선물비는 농·축·수산물에 한해서만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중이다. 권익위는 당·정·청 논의를 통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 28일께 대국민보고대회를 열 예정이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식사비 상향 조정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물 등과 관련해서도 1차 농·축·수산물만 금액이 상향되고 2차 가공식품 등에 대해서는 기존 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경조사비 상한액도 공무원행동강령의 5만원 제한규정을 부활시켜 공무원은 5만원, 사립교원은 10만원으로 이원화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10년간 고깃집을 운영한 김모씨(56)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매출이 전년 대비 40%나 줄었는데 내년부터 시급이 오른다고 해서 최근 가족같은 직원을 3명이나 내보냈다”며 “그래도 매출 회복이 안 돼서 그냥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참고 있는데 이번에 식대비가 상향조정이 안되면 진짜 못참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20년간 한정식집을 운영해온 박모씨(63)는 “김영란법 이후 점심가격은 1만5000원, 저녁가격은 3만원대로 맞추면서 단가를 50% 이상 내렸다”며 “단가를 내린 만큼 손님이 와주면 되는데 지난해 9월 이후 뚝 끊긴 손님이 아직까지 회복되질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한안경사협회 등 290여개 중소상공인이 소속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등은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김영란법 개정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입장을 밝히긴 무리"라면서도 "만약 정부가 존립이 위태로운 대다수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외면한다면 1000만 직능·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외식산업 연구원 조사 결과 외식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기구이집, 횟집 등의 객단가는 6만3000~6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김영란법이 규정한 식사제한 상한금액인 3만원의 2배 이상이다.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 6개월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404개 음식점 가운데 73.8%에 해당하는 298곳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일식당이 82%, 한식당이 74.1% 줄어 피해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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