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적용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이번 권고안에 담길 내용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1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시각으로 22일 새벽에 나올 전망이다.
ITC가 권고안을 제출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종류와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사실상 권고안에 담기는 내용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미국 월풀과 국내 가전업체의 의견은 팽팽히 맞선다.
월풀은 세탁기는 물론 세탁기 부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부품 수입에 할당량(quota)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삼성과 LG는 어떤 형태의 수입제한도 미국 소비자에 피해를 준다는 입장이지만, 꼭 필요하다면 관세가 아닌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을 적용할 것을 제시했다.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글로벌 TRQ를 145만대에 설정하고 145만대를 넘어 수입되는 세탁기에만 50% 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145만대는 5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예상되는 세탁기 수입 물량이다.
삼성과 LG는 글로벌 TRQ로도 50% 관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세탁기 수입을 줄일 수 있고 이 방안은 소비자나 삼성과 LG의 미국 가전 공장 운영에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더 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과 LG에 유리하게 작용할 변수는 ITC가 삼성과 LG의 미국 현지공장 건설 의지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가다.
월풀은 삼성과 LG가 공장 건설계획을 되돌리거나 단순 조립공장을 운영할 수 없도록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각각 2018년과 2019년에 현지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이 감소하기 때문에 별도의 수입제한조치가 필요 없고 부품 관세는 현지공장 운영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과 LG가 각각 현지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와 테네시주에서는 주지사와 장관 등 고위인사들도 세이프가드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삼성과 LG의 세탁기 공장이 있는 베트남에 공조를 요청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WTO 제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ITC의 권고안에 담길 제재 수위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만약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국제기구 제소 등 다음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