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언론만큼 국민의 비난과 지탄을 받는 분야는 드물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일반인의 비난은 옮기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특히 나 같은 퇴기(퇴직 기자)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대놓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정말 퇴기(퇴물 기생) 같은 기분일 때가 적지 않다.
그때마다 1960년대 주한미국원조사절단(USOM) 보고서 등 외국인의 여러 지적이 떠오른다. ‘한국은 뿌리부터 썩은 부패의 나라로 정부, 교회, 언론, 학교 등 모두가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은 태생적으로 부패한가?’라고 하며 그들은 경악했다. 다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절망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비난이요, 조롱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우리는 이런 평가들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모두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언론을 비난하는 이들의 뜻을 안다. 언론인은 누구보다도 높은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갖춰야 하고, 넓고 깊은 역사의식과 사회인식을 지녀야 한다. 이 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라는 것이다. 우리 언론의 이력을 보면 영예보다 오욕이 많았다.
제나라 임금 경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으니,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논어> '자로편')"고 답했다. 명분과 직무를 올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는 정명사상(正名思想)이다. 오늘날로 치면 정치는 정치답고, 언론은 언론답고, 종교는 종교다우며, 교육은 교육답도록 하라는 말이다. 적폐 청산은 이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실 적폐 청산은 이 정권만 주장하고 나선 게 아니다. ‘구악 일소’, ‘사회 정화’ 등 표현은 다르지만 정권마다 내걸었던 구호였다.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모두 혀 짧은 서당 훈장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바담 풍(風) 하더라도, 너는 바담 풍(바람 풍) 하라’ 했지만 본인이 ‘바람’을 발음하지 못하니 학동들도 끝내 ‘바담’하고 말았다. 적폐 청산은 이런 바담 풍의 악순환을 끊는 데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