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의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만약 이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미국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건 2007년 8월이 마지막이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에 깜빡이를 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고 본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시장에 인상 시그널을 보낸 것은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1.4%의 깜짝 성장을 시현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은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요소다.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10월 금통위에서는 약 6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인상은 가계 빚의 원리금(원금+이자) 상환부담을 늘리고, 민간소비를 줄여 경기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긴 추석 연휴에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출이 12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민간으로 온기가 퍼지지 않는 것도 금리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특히 이 같은 호실적은 정부의 추경과 물량 밀어내기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점도 이달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화정책의 판단 기준 중 하나인 물가가 1%대로 하락한 점도 그렇다.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는 2%다. 물가가 2% 정도는 돼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미다. 이른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