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길었던 저성장 터널의 끝자락에 왔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를 훌쩍 넘기면서 3%대 성장률 달성에 한걸음 다가간 것이다.
2012년 경제성장률 2%대로 주저앉은 지 6년만에 3%대 회복이라는 기대감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대목이다. 마지막 9부 능선까지 올랐음에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존재한다.
당장 수출만 봐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수출 호조는 반도체가 끌고 가는 양상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13대 수출 품목 가운데 어느 하나 선방할 카드가 없다.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만으로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모습이 썩 달갑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확실한 킬러콘텐츠 부재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경제가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 3%대를 달성해도 킬러콘텐츠 부재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요즘 정부나 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말한다.
어떤 산업이든 호황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는 사이클에 민감하다. 마치 주식과 같이 짧은 주기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업종이 반도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상태에 놓였다. 내년에는 중국 업체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치킨게임이 시작될 경우, 우리 반도체 산업도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내수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민간소비 부진은 9부 능선의 마지막 고비에 와 있다.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0.7%에 그쳤는데, 2분기 1.0%보다 부진했다.
고용 한파와 가계부채가 원인으로 꼽힌다. 고용시장은 정부가 일자리를 전면에 내세워 군불을 지피는 상황이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흐름이라면 경제성장률 3% 달성이 무의미해진다.
가계부채 역시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인식된지 오래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저금리 대책으로 인해 대출받아 집을 사는 관행이 이어지다 보니, 가계부채는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움직이는 한국경제가 3% 성장률을 달성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인 셈이다.
투자심리 개선도 관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6.5로 기준선인 100에 못 미쳤다. 기업은 지난해 5월부터 18개월째 경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화 등 수많은 변수들 틈바구니에서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는 반응이 많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겨우 잡은 경제성장률 3%의 불씨를 살리기 힘들다.
이처럼 여러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3%대 달성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새 정부의 경제정책도 힘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수치적 의미를 뛰어 넘어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사드 문제도 일단락됐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예년처럼 활기를 띠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단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2개월 남은 2017년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시기다. 현재 흐름은 나쁘지 않다.
이 흐름을 이어가려면 정치권뿐 아니라, 기업도 동참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꿈이 아닌 현실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