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앞당겨줄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26일 본지와 만나 "은행이 과도한 위험을 떠안으면 금융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초대형 IB가 이런 역할을 담당해 경제에 모험자본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권업은 특성상 수탁기능 상당 부분을 외부로 넘기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서, 예탁증서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맡는다. 결국 증권사가 무너지더라도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은행권은 초대형 IB 출범을 견제해왔다. 기업여신이나 지급결제를 통해 또다른 상업은행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당국도 초대형 IB 인가를 미루고 있다. 애초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초대형 IB 출범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미 인가 조건에 맞춰 자본을 늘린 증권사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국은 인가를 늦추는 명확한 이유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초대형 IB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얘기만 증권가 안팎에서 들린다.
안동현 원장은 "요즘 증권업계에서는 야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모험자본이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돈줄이 말라가는 곳에 물꼬를 터줄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