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승은 저스틴 토마스(미국)였다. 치열한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우승을 차지한 토마스는 제주의 도깨비 바람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토마스는 22일 제주 서귀포시 나인브릿지 골프클럽(파72·719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이하 CJ컵·총상금 925만 달러)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친 토마스는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동률을 이룬 마크 레시먼과 두 차례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지난 시즌 다승왕(5승), 상금왕, 올해의 선수에 오르며 PGA 투어를 평정한 토마스는 2017-2018시즌 첫 우승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다시 입증했다. 이로써 토마스는 PGA 투어 통산 7승을 쌓아올렸다.
토마스는 화제가 된 이 대회 우승 트로피에도 반했다. CJ그룹은 한글날을 맞아 우승 트로피에 대회 출전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한글로 새겨 넣었다. 토마스는 “트로피가 정말 독특하다. 대회 전에 아담 스콧과도 독특한 트로피라고 이야기했다”며 “내 이름을 금색으로 표시해줘서 어디 있는지 알아 천만다행이다. 이제 한글로 내 이름을 적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토마스가 우승 트로피보다 더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제주의 바람이다. 바람의 세기보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돌개바람에 혼쭐이 났다. 토마스는 바람이 거의 없던 첫날 9언더파 63타를 쳤는데, 이후 사흘 동안 스코어를 줄이지 못해 9언더파가 우승 스코어가 됐을 정도였다. 토마스는 제주의 돌개바람에 대해 "정말 흥미롭고 괴상한 경험이었다"고 한 줄로 정리했다.
토마스는 "바람이 굉장히 큰 변수여서 스코어가 많이 나지 않은 것 같다. 골프에서는 이런 바람이 불면 코스 레이아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며 “1라운드가 끝난 이후 2라운드부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될 줄 몰랐다. 바람이 많이 변해서 굉장히 어려웠다”며 “특히 거리 조절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고, 나무가 많아서 코스 내에서 돌개바람이 일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바람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면 퍼팅도 어려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토마스는 제주의 바람도 이겨내며 끝내 우승을 이뤄냈다. 또 대회 기간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로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토마스는 “난 장타자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레이업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멀리까지 와서 레이업을 하고 싶진 않았다”며 “한국 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최종라운드에서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을 때도 한국 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