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염원과 달리 출연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동당, 일부 시민단체들의 위협으로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출연진은 "사정을 이해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일부 진보 언론 및 시민단체의 비난으로 행사를 원만히 진행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어디 이뿐인가. 충남 천안시도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도깨비 축제(가칭)'를 열 계획이었지만 백기를 들었다.
야권은 "미군의 희생과 한·미동맹의 가치를 위해 여권 시장이 우정과 송별의 뜻을 담은 행사까지 악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협박전화로 위협했다"며 일갈했다. 우리의 실종된 양심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이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2017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JTBC가 공개해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의 불을 붙인 '최순실 태블릿PC'의 실사용자가 나타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검찰의 태블릿PC 포렌식 보고서와 신혜원의 양심선언이다. 신씨는 박근혜 대선 캠프(SNS팀 간사)에서 활동했다. 그는 2012년 10월 함께 활동했던 조진욱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서 태블릿PC를 받아 홍보용 카카오톡 관리에 사용하다가 대선이 끝난 뒤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김휘종은 "그 태블릿PC는 이춘상 전 보좌관 사망 후 불태워 없앴다"고 했다.
정권까지 교체되는 도화선이었던 태블릿PC는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를 격동에 몰아넣었다. 이에 대한 숱한 의혹은 검찰과 특검 등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누구든지 열어보면 단번에 주인을 파악할 수 있는 카톡은 암호화된 채, 그것도 1년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이를 즉시 발표하기는커녕, 오히려 태블릿PC 속의 내용을 하나만 공개해도 나라가 뒤집힌다며 의혹을 부풀렸다. 호들갑을 떨었던 태블릿PC는 국정농단의 증거로 채택하지도 않았다. 불태웠다는 점도 미심쩍다.
검찰, 특검,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김휘종까지 "JTBC 태블릿PC는 반납 받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태블릿PC는 어느새 5대나 됐다. 이를 거론할 때마다 무생물체인 태블릿PC가 새끼치기를 했다. 생물이 아닌 물체가 저절로 번식을 하다니 놀랍다. 누군가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검찰이 초기에 제대로 중심을 잡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지난 13일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하자 이를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법원이 양심을 저버렸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근세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양심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도덕의 재판소'라 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가 지난 10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몇몇 인사도 이에 동조하거나 삭발을 단행했다.
국민 모두가 하나로 뭉쳐 안보·경제 복합위기를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우리는 태극기와 촛불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누가 책임질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