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옷에 챙모자 그리고 카트를 미는 아주머니를 우리는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야쿠르트 아줌마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전동카트를 몰고 카드결제도 가능해졌지만 사회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업무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이들의 동선을 활용해 사회의 사각지대를 구석구석 채워나가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 및 공공단체가 홀몸노인의 복지서비스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아줌마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 이들은 무엇보다 지역의 지리에 밝고 주민과의 네트워크도 끈끈해 한정된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의 구원투수로 나서기에 최적화된 인물들이다.
지난달 29일 본지 기자는 연남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야쿠르트아줌마 양숙자(여, 48)씨를 따라다녔다.
최장 10일의 연휴를 앞둔 터라 양씨 아주머니는 지역의 독거노인들을 두루 챙기고 있었다. 노인의 집을 직접 방문해 발효유를 무료로 지원하며 안부를 살폈다.
처음 방문한 김순덕(여 85)씨는 양씨 아주머니를 보며 반갑게 맞았다. 김씨는 “야쿠르트아줌마가 항상 자식처럼 자신을 챙겨줘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가족이 전화만 해줘도 반가운데 이렇게 매일 찾아주니 든든하기도 하다”고 감정을 전했다. 김 할머니는 연신 음료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 권했지만 하루 100여 곳을 돌아야하는 빡빡한 일정 탓에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떴다.
또 다른 홀몸노인을 방문하러 가는 길에 양씨 아주머니의 휴대전화로 대량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운수좋은 날이었다. 홀몸노인을 챙기면서 동시에 영업점에 재고를 확인하는 등 이미 익숙한 듯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동선을 이동하는 중간에도 커피나 유음료의 구입을 원하는 고객이 꾸준히 접근했다.
이번에는 좀 더 나이가 많은 89세의 윤예진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윤씨 할머니는 야쿠르트아줌마를 보자마자 끌어안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아픈 곳은 없냐는 안부가 오간 후 10분간 대화를 나누고 또 다음 목적지를 위해 일어섰다. 윤씨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보였지만 야쿠르트아줌마의 방문을 고마워하며 집밖까지 배웅에 나섰다.
야쿠르트아줌마가 홀몸노인들의 집을 수십 곳 방문했지만 몇몇 가구는 시간이 맞지 않아 노인들을 만날 수 없었다. 이런 경우 발효유 제품을 집 앞 주머니에 넣어두면서 다방면으로 노인의 안전을 살피는 게 야쿠르트아줌마의 역할이다. 만약 2~3일 분량의 제품이 계속 그대로 집 앞에 방치된다면 야쿠르트아줌마는 관할 복지담당관에게 알려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이날 야쿠르트아줌마와 약 반나절동안 10여곳의 홀몸노인 가구를 직접 방문했다. 과거와 달리 전동카트를 사용한 덕분에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졌다고 양씨 아주머니가 설명했다. 기자도 직접 전동카트를 타 본 결과, 기어가 저속과 고속 단 2개로 돼 있어 운전이 간편했다. 다만 한국야쿠르트 측 관계자는 아주머니들의 안전운행을 위해 전동카트의 운행 전 충분한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1994년 서울 광진구청과의 협약을 통해 1104명으로 홀몸노인 돌봄활동은 회사의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계속된 투자를 통해 수혜대상을 3만명까지 늘렸다. 올해부터는 자체 발굴한 홀몸노인 3000명을 추가해 현재 수혜대상은 3만 300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