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연극 ‘지구를 지켜라’, 우리 사회 갑을문화 민낯 잘 그려내

2017-10-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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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와 '갑질' 금수저의 대립과 갈등 세밀한 묘사

우리사회 갈등과 아픔 해학과 풍자로 압축 공연

연극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사진=프로스랩]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우주적 코믹 납치극 ‘지구를 지켜라’가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가 돼 돌아왔다.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인간의 불행은 외계인의 소행이며, 외계인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믿는 병구가 안드로메다 PK-45 행성의 지구 총사령관이라고 믿는 강만식을 납치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초연이 영화 속 캐릭터를 충실히 반영했다면, 이번 공연은 병구와 강만식의 대립 구도가 더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초연에서 성공한 중년 남성으로 나온 강만식은 갑질에 익숙한 재벌 3세로 젊어져 ‘금수저’를 대변한다. 강만식과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을 겪는 병구는 아동학대, 학교폭력, 노동인권,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을 두루 겪는 전형적인 흙수저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갑을 문화'와 소외계층의 아픔을 그려냈다.

병구는 우주와 외계인을 연구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환경이 주는 벽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이들을 외계인으로 여겨 살해하며 점점 괴물이 돼 간다.

병구가 안드로메다 PK-45 행성의 지구 총사령관으로 여기는 강만식은 영문도 모른 채 병구에게 납치돼 계속해서 모진 고문을 당한다. 그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갑질 행태를 보이면서도 병구 어머니가 자신의 공장에서 산재(産災)로 식물인간이 됐다는 사실에 연민을 느끼며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외계인의 음모를 밝히려는 병구와 그 병구에게서 탈출하려는 강만식의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생사를 건 대결이 펼쳐진다. 극 중에서 ‘계속 죽는 남자’ 멀티맨은 혼자서 10인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며 풍자적이고 이중적인 상황전개를 이끌었다.

멀티맨은 병구의 조력자인 서커스단 출신 순이와 함께 극 전체를 휘감는 어둠과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했다. 극적 효과는 극대화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배우들은 원형 무대를 크게 활용하며 역동적인 연기를 통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장난기 섞인 무대로 관객들과 호흡했다. 또 초연에서 영상으로 보여주던 여러 장치들이 실제 회전문과 조명, 음악 등으로 표현되며 입체감을 더하고 빠른 전개를 이끌었다.

원작보다 코믹함이 강화돼 분위기는 가볍지만 진한 여운을 주는 웃음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이 해학과 풍자를 통해 압축적으로 녹아있다.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오는 10월 2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지난해 초연으로 연극무대에 데뷔했던 김기범(샤이니의 키)은 이번 공연에도 함께했다. 강만식 역의 김도빈, 1인 10역의 멀티맨 육현욱, 순이 역의 김윤지는 작년에 이어 다시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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