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이 해외까지 나가 채용에 직접 나서는가 하면, 상시적인 모집을 통해 수시로 관련 인재를 수혈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형국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등과 같이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CEO, 인재 확보 위해 해외로··· 상시적인 채용시스템도 가동
28일 업계에 따르면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테크포럼 2017’과 ‘삼성 글로벌 AI 포럼’을 잇따라 찾아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영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윤 사장은 테크포럼 2017에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동시에 인재육성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본무 LG 회장도 올해 상반기 미국 뉴욕에서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유학생을 대상으로 ‘테크노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구 회장은 이 행사에서 자사의 기술혁신 현황과 신성장사업 등을 설명하며 유학생들에게 LG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과 LG의 주요 계열사들은 상·하반기 공채와 별도로 AI, IoT, 빅데이터 등의 석박사급 인력을 상시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LG전자, LGCNS, LGU+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대표적인 예다.
LG 관계자는 “AI, IoT, 빅데이터 등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부문의 인력이 부족해 계열사별로 상시적인 채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관련 인력 부족으로 인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산업의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인재 육성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와 손잡고 전국 25개 대학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전국 70여개 대학을 대상으로 IoT 기술교육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3월 말에는 전국 30여개 대학의 공과대학 등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기업들은 인재 처우개선, 정부는 적극 지원 나서야”
이 같은 업계의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AI, IoT, 빅데이터 등의 인재난은 좀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관련 인력이 부족한 데다 기본적 처우가 해외 주요 업체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2016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기술인력 부족인원 발생 사유 중 가장 큰 원인으로 ‘직무수행을 위한 자질, 근로조건에 맞는 인력 부족’(34.6%)이 꼽혔다. 다음으로는 ‘인력의 잦은 이직이나 퇴직’(28.0%), ‘경기변동에 따른 인력수요 변동’(13.0%), ‘사업체의 사업 확대로 인한 인력수요 증가(9.4%)’, ‘해당 직무의 전공자나 경력직 미공급’(7.7%) 순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이다 보니 인력이 없을뿐더러 그나마도 미국, 중국 등 국내보다 처우가 좋은 업체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인력을 빠르게 확보해 기술혁신 등에 나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애가 탈 노릇”이라고 전했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는 “기업들이 파격적인 대우를 통해 인재를 영입해야 하나, 관행에 묶여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AI, IoT, 빅데이터 등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인데 국내 기업들은 인재들을 틀 안에 가둬놓고 일을 시키기 때문에 있는 사람마저 짐을 꾸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AI 등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견해다.
중국 정부는 13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에 AI를 처음으로 핵심 지원 사업에 포함시켰고, 작년에도 '인터넷 플러스, AI 3년 추진 실시 방안' 등을 통해 관련 산업과 인재를 육성해왔다. 이 덕분에 중국의 AI 시장 규모는 91억 위안으로 미국과 우위를 다투고 있으며, 연간 성장률은 50%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AI, IoT, 빅데이터 등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이라며 “향후 3~5년이 투자의 ‘골든타임’이며 이때를 놓치면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