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분노한 청년들 시대’의 그림자

2017-09-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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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애국주의 ‘국민교육’ 재추진

젊은 층 국수주의 ‘憤靑’ 양산 부작용

[박세준 홍콩통신원]

올해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에 출생한 ‘반환둥이’들이 20세가 되는 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본토에 가장 큰 괴리감을 느끼는 세대도 바로 반환을 전후로 태어난 20대 젊은이들이다.

지난 6월에 발표된 홍콩대학의 ‘홍콩인 정체성 조사’ 따르면, 18~29세 응답자 120명 중 3.1%만이 자신을 ‘광의(廣義)의 중국인’이라고 답했다. 반면 자신을 ‘홍콩인’이라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65%, ‘광의의 홍콩인’이라 답한 응답자는 93%에 달했다.

이는 홍콩 반환 직전인 1997년 6월 조사에서 해당 연령층의 30% 이상이 자신을 ‘광의의 중국인’이라 답했던 것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홍콩의 젊은이들은 반환이 가져다 준 외형적 경제 발전의 혜택에서 비켜나 주택 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 및 진학·취업 기회 감소 등 부정적 효과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세대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홍콩이 직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만이 해답’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홍콩의 여러 대학 캠퍼스를 혼란에 몰아넣었던 ‘대자보 설전’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취임 이후 독립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잇따라 강력한 철퇴를 휘두른 캐리 람(林鄭月娥) 정부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 2012년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국민교육’ 재추진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민교육은 홍콩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정체성 교육 방안으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이룩한 발전의 성과에 대해 홍콩 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최초 논의 당시 민주파 측에서는 “국민교육은 중국 본국에 대한 무비판적인 사고를 심어주는 세뇌교육”이라고 비판했으며 일반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 교사 파업 등 각계의 반대를 불러왔다.

당시 렁춘잉(梁振英) 정부는 이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국민교육 도입을 철회했었다. 현재 캐리 람은 교육국(敎育局, 한국 교육부에 해당)에 국민교육을 찬성하는 교육계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취임 2개월을 맞이해 이달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55~60점대의 평점으로 전 정부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지율(50%)이 반대율(35%)을 상회하는 등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캐리 람 정부가 국민교육 도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애국주의 교육의 결과는 현재 중국의 바링허우(80後·1980년대생), 주링허우(90後·1990년대생)세대를 보면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공산당과 국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할 목적으로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했으며, 이는 젊은 국수주의자들인 ‘펀칭(憤靑, 분노한 청년들)’을 낳았다.

한국 역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 젊은이들의 반한(反韓) 움직임을 통해 ‘펀칭’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애국주의 교육을 홍콩에 이식해 중국에 충성하는 시민들을 양성할 경우, 사회 안정 및 본국으로의 동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허브이자, 다문화 도시로서 홍콩이 가지는 특유의 개방성과 활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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