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공영방송을 기다리며
KBS, MBC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방송이 파업하면 국민들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몇 주째 계속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파업에 일부 프로그램이 재방송으로 편성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매체의 다양화와 SNS 등 뉴미디어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방송 파업이 왜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방송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방송부터 장악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의 공영방송은 권력의 하수인으로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지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사장이 될 수 없게 만드는 법안을 발의해 제출한 적이 있다. 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면, 권력이 입맛대로 자기 사람을 방송국의 사장으로 임명하지 못하게 법으로 막으면 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은 KBS나 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과 6명씩 추천토록 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 뽑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명시했다.
그런데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는 야당이었지만 지금의 집권당인 민주당이 자신이 정권을 잡고 나니까 야당 때 발의했던 그 법안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을 내다보고 대승적으로 우리방송의 발전을 위해서 집권여당이 솔선수범해서 공영방송의 자리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공영방송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언론 정도를 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집권 여당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방송은 사양 산업이다. 전 세계에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의 공영방송처럼 거대한 방송집단이 없다. 매년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공영방송에서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우리의 공영방송이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사장은 유능한 경영자가 와서 방송 산업을 미래에 맞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제 방송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서 전 국민이 보게 하는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맛대로 골라 보게 만드는 내로 캐스팅(narrow casting)이다. 방만한 인원과 경영으로 더 이상 공영방송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공영방송의 사장은 이제 정치와 무관 유능한 CEO를 영입하여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리고 보도의 공정성을 위하여서는 공영방송의 보도본부장을 보도국 기자들이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기자들이 기자들을 가장 잘 안다. 그 기자들이 선출한 보도본부장은 엄격한 임기제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보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 했다. 집권 여당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부터 내려놓으면 방송은 스스로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에 권력과 싸울 수 있는 힘을 키울 수가 있다. 언론 본연의 길은 비판기능이다. 언론의 비판을 고맙게 여기는 권력이 바로 민주주의인 것이다. 최고의 갑질을 하는 방송국 내부의 민주화가 먼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파업을 하는 방송국에 대해 옳지 않다고 보는 이유를 스스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파업을 주도하는 언론노조도 정치적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론은 정치적으로 중립의 자세에서 정권에 비판을 하는 것이 본연의 사명이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