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는 1897년 10월 12일 환구단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꿈꾼 우리 역사상 마지막 왕조였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의 대한제국을 만나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내달 13~14일 이틀간 정동 일대에서 역사문화테마 축제인 '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 '대한제국을 품고 정동을 누비다'를 메인테마로 내걸고 13일 오후 6~10시, 14일 오후 2~10시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일대 35개의 역사문화시설이 참여해 내용이 더욱 풍성하다. 덕수궁, 시립미술관, 정동극장, 주한캐나다대사관, 서울역사박물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이화박물관, 순화동천 등이 대표적이다. 개방은 물론이고 대한제국과 근대문물을 소재로 공연, 전시, 특강 등이 마련된다.
대한제국 사망선고나 다름없던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현장 중명전은 최근 재개장했다. 1년에 걸친 새 단장과 함께 전시물을 대폭 보강하고 건물도 지어진 당시로 복원했다. 13일 오후 8시 조선호텔에서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대한제국의 유산'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한다.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시설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한옥과 정원을 품고 있는 성공회 성가수녀원은 13일 오후 2~4시, 19세기 양식의 옛 공사관 건물과 영국식 정원이 있는 주한 영국대사관은 오후 3~5시 공개된다. 사전신청을 거쳐 관람대상자 80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축제 기간 오후 6시에 고종황제 즉위식 당일 어가행렬의 흥을 돋웠던 곡호대가 출현한다. 이들은 당시 갖췄던 의복 그대로 대한문에서 영국대사관 후문까지 850m 구간을 따라 퍼레이드를 전개한다. 인근 음식점, 호텔들도 대대적 할인행사로 시민들을 반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이번 정동야행은 대한제국 선포일에 맞춰 개막을 과감히 앞당겼다"며 "정동의 멋진 가을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끽하는 한편 잊혀진 대한제국의 역사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