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JU★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배우 조성하는 지난 2013년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대세 중견 배우의 자리를 꿰찼다. 약 4년 전 ‘왕가네 식구들’ 종영 직후 만났던 조성하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후 만났던 조성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가네 식구들’에서의 고민중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팬 층을 확보했던 그는 이번 OCN 드라마 ‘구해줘’를 통해 더 젊은 팬들까지 끌어들였다. 길거리에서 그를 보는 팬들은 가끔 그에게 ‘극중 안수 기도하는 포즈로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말할 정도라고.
특히 ‘구해줘’를 통해 탄생한 ‘사탄 마귀’라든가 ‘될지어다’와 같은 대사는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조성하는 “그런 것들이 낯설기도 하다. 사실 극중에서 내가 ‘될지어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극중에서 나는 제일 윗사람이지 않느냐”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박지영, 조재윤 씨 등 구선원에 관여된 배우들은 촬영 시작 전 ‘될지어다’라고 말하면서 다녔다. 생활이 되고 보니 처음엔 우스꽝스러웠는데 기독교에서 ‘할렐루야’ 같은 말처럼 마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될지어다’라는 말은 정말 좋은 말이지 않느냐. SNS에 간판글로 올려놓은 분들도 많더라. ‘될지어다’는 아마 국민 인사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도 연설하실 때 ‘될지어다’라고 말씀하셨으면 좋겠다”라며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많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구해줘’를 인기 드라마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조성하는 많은 보조 출연자들에게 그 공을 돌리기도 했다.
“정말 칭찬 받아야 하는 분들은 극중에서 신도 연기를 해주신 분들이다. 하다못해 보조 출연 오신 할머니 연기자 분들도 어떨 땐 광적으로 연기하시다가 혈압이 올라가기도 하시더라. 건강이 해칠 수도 있는데 젊은 사람도 힘든 연기를 정말 열정적으로 해주셨다. 오랜 시간 소리 지른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그걸 드라마 시작하면서부터 마지막회까지 열광적으로 해주셔서 백정기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 분들 힘을 받았고, 그 열정을 백정기가 받아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사실 ‘구해줘’의 소재가 매우 난해했기 때문에 드라마의 인기를 예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이 ‘구해줘’를 사랑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단순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이비의 현실을 냉정하게만 바라봤다면 사실 너무 무거워서 많은 분들이 못 보셨을거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어려운 가족과 상미라는 소녀를 정의로운 젊은 4인방들이 구출해내는 이야기니까 그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구출해내는 의협청년들을 보는 재미들이 시청자 분들이 원하는 사이다 이야기라 생각한다”며 “정말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재미있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구선원과 관계된 배우 분들이 워낙 좋은 배우들이 많아 공포감을 전해주는데 더 힘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작가님과 감독님을 필두로 극의 완성도가 완벽하게 이뤄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성하는 처음 책을 읽고 잘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했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조성하의 연기는 선한 역할부터 악한 역할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방대하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는 악역이 더욱 편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체질이 악역인가 보다. 저는 성격적으로 우는 걸 안 좋아하다보니 착해서 질질 짜고 그런 캐릭터는 오히려 힘들더라. 그래서 ‘왕가네 식구들’ 할 때 참 힘들었고, 악하거나 시크한 역할을 할 때는 재밌더라. 악역은 오랜 세월 체득된 노하우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해줘’를 통한 악역은 다른 악역과는 그 결이 달랐다. 그는 “그래서 더욱 다양성이 있고 재밌는 게 아닌가 싶다. 악역의 종류에는 수천만가지가 있으니, 매일 똑같은 악역만 보신다면 재미가 없을거다. 조재윤 씨가 대놓고 악역을 맡았다면, 저는 티 나지 않는 악역이라 할 수 있다”며 “드라마 속에서 악역을 출사표를 던진 건 ‘구해줘’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로 51세인 조성하. 흔한 50대 남자배우가 갖는 현실적인 고민에 접근해보기로 했다. 조성하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한계점을 꼬집기도 했다.
조성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많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나마 오디션 문화가 정착 돼 좋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영화든 방송이든 진출을 하고 있고, 지금 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40대 전후의 좋은 남자 배우가 너무 많다. 그럼 40대 남자 배우들이 서른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 뭉쳐있는데 이 훌륭한 배우들이 앞으로의 10년과 20년을 똑같은 영화와 드라마만 하고 갈거냐 이거다. 이건 우리의 숙제다”라면서 “그만큼 우리에게 다양성이 제공되는 작품이 얼마나 있느냐가 가장 고민이다. 그런 건 생각해볼 문제고 우리의 시청자, 관객 분들도 조금 더 새로운 작품에 갈증을 느낄 것이라는 건 업계 분들도 분명 자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작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를 보면 깡패 아니면 경찰만 한다면 배우들이 많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훌륭한 배우들을 멋지게 보고 싶다. 많은 제작자 분들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주시면 이 배우들이 더 멋지게 뛰어놀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더불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좀 더 밀도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구해줘’처럼 종교 한 쪽에 구석진 어두운 곳의 이야기를 하듯, 다른 방향에서 쳐다보는 이야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당초 ‘구해줘’는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편성상 100%는 하지 못했고 80% 사전제작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말 모든 촬영을 끝내고 약 한 달의 시간동안 조성하는 복잡했덤 머릿속을 정리하고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더불어 차기작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성하는 “많은 분들이 캐스팅을 해주시면 보실 수 있겠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당장의 계획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거다. 거기에 갔다 오는 게 눈 앞에 있는 중요한 계획 중 하나고 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선별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병원선’ 특별 출연을 앞두고 있는 조성하는 추석 연휴에 ‘병원선’ 촬영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윤선주 작가님과의 특별한 인연과 하지원 씨와의 깊은 인연으로 역할 하나만 해달라고 해서 촬영장에 가서 보탬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추석 때 ‘병원선’을 찍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하다. 일을 하다보니 민폐를 끼치는 날들이 많다”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보였다.
조성하의 첫째 딸은 아빠를 닮아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도 연기과를 다니며 꿈을 위해 달리고 있다. 그는 명품 배우일 뿐만 아니라 딸의 꿈을 존중하며 이해하는 멋진 아빠였다.
조성하는 “첫째는 늘 잠 안 자고 촬영 끝나고 돌아오는 저를 기다리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대화 시간을 갖는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지 않느냐. 대신 자기가 선택한 길이니까 평생 사명감을 갖고 즐기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며 “혹시나 연기를 하다가 못하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 번 해봤으니까 후회는 없지 않느냐. 후회 없이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항상 사람이 해볼걸 그러다가 못해보는 건 가장 바보 같은 거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해보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한 일 아닌가”라며 딸을 향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향한 조언을 던지기도 했다.
조성하 역시 하고 싶은 건 해봤던 삶이었다고 말했다. “연기 밖에 몰랐고, 연기만 쭉 하고 살았다. 그래서 다른 건 엄두도 나지 않고 욕심낼 것도 아니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조성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다시 태어나서 직업을 갖는다면 노래하는 직업을 갖고 싶다. 노래하면서 사는 직업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어딜 가도 노래 하나만 잘하면 된다. 배우는 대본을 가지고 두 시간을 떠들어야 하는데 노래는 몇 분 만에 승부가 되는 거니까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의 직업적인 장점 역시 뭘 들고 다니지 않는다. 맨몸만 있으면 되는 직업이 장점인데, 가수 역시 그렇지 않느냐. 내가 생각하는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의 직업은 가수라 생각한다. 배우는 자기 고행이 필요하다. 수도승 같은 직업이라 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구해줘’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조성하는 그렇게 올해에도 또 하나의 굵직한 작품을 끝냈다. 대중들이 찾을 때까지는 언제나 배우로 곁에 남을 예정이다. 그래서 그의 소망 역시 소박했다. 인터뷰가 끝나가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그와의 대화는 즐겁고 또 보람됐다. 이제는 자신에게 천직이 된 배우라는 직업을 향한 조성하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저는 늘 어렸을 때 이 길로 가면서 인생을 살겠다고 목표를 설정해 놨다. 또 바람은 ‘구해줘’처럼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더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것, 그게 바람이고 계획이다. 또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