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대출 10건 중 9건이 고신용자에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리대출 시장 개척이라는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9월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인터넷은행 87.5%, 국내은행 78.2%로 인터넷은행이 더 높다. 이에 반해 중신용자(4~6등급) 대출 비중은 금액기준으로 11.9%로 국내은행의 17.5%보다 낮다.
중금리대출 시장 확대를 위해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CSS)은 기존 은행과 같다. 대출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는 자체 신용평가 모델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신용자뿐 아니라 중신용자 대출도 확대할 것"이라며 "영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 인터넷은행의 특성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대신 제2금융권이 중금리대출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중신용자 신용대출은 저축은행(63.7%), 신용카드사(60.2%) 등에 집중됐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신용자들은 저신용자와 마찬가지로 20%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중금리대출 확대에 나섰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10%대 신용대출을 뜻한다.
히지만 중신용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5.8%(은행)~27.6%(대부업체)로 최고 21.8%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중신용자 신용대출의 74.2%가 금리 5~20% 구간에 분포하고 있지만 20%를 상회하는 금리구간에 해당하는 대출도 13.5%에 달했다.
아울러 제도권 금융기관에서의 대출 60%가 소득과 신용이 높은 상위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자산을 감안한 순자산(총자산-총부채) 상위 40% 가구의 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0.8%다. 전체 대출 중 고소득(상위 30%)과 고신용(1~3등급) 차주의 비중이 각각 65.6%, 67.1%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0조4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1%를 차지했다.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적 리스크는 아니겠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더불어 가계부채에 대해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8.2 대책과 추석 이후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이후 최근까지 금융시스템은 북한 리스크 등으로 금융·외환시장에서의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대체로 안정된 모습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자본확충 노력이 지속되고 대외지급 능력이 제고되면서 금융시스템의 복원력도 양호한 상태를 이어갔다"며 "다만 북한 리스크 상존, 주요국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 등에 따라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