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보고펀드 중재재판 '진흙탕 싸움'

2017-09-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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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인 국적 등 이견 석달째 '헛물'

[사진=안방보험 로고]


지난 6월 시작된 안방생명보험과 보고펀드 등의 국제중재재판이 석달 가까이 지나도록 기본적인 협의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재재판 시작 전 중재인(재판관) 선임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탓이다.

보고펀드 고위 임원은 20일 "중재인 선임 등 재판 전 안방생명보험과 협의절차가 길어지고 있다"며 "중재인의 국적 등을 놓고 우리와 안방생명보험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중재재판은 동양생명보험 매각대금 지급 과정에서 불거졌다. 보고펀드와 VIG파트너스(보고펀드에서 분리·독립된 업체)는 지난 5월 말 안방생명보험 등을 상대로 동양생명 잔여 매각대금 700억원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맞서 안방생명보험은 지난 6월 26일 보고펀드 등에 698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동양생명 매각 과정에서 보고펀드 등의 진술 내용 및 보증이 잘못돼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양측 모두가 홍콩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재판소에 소를 신청한 만큼 중재재판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상황이다.

ICC 국제중재재판소는 국가마다 법과 제도가 달라 해결이 쉽지 않은 국제 상거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분쟁 당사자들이 중립적인 중재인을 선임해 판정을 내리자는 취지다. 북한 등 유엔에 가입되지 않은 몇몇 예외적인 국가의 기업을 제외하면 국제중재재판소의 판정은 현지 사법당국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ICC 규정에 따르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중재재판이 시작된 지 6개월 이내에 최종 판정이 내려지도록 돼 있다. 다만 재판이 시작되기 전 중재인 선임 등 분쟁 당사자가 협의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먼저 분쟁 당사자들은 단독 혹은 3인 등 중재인의 숫자부터 합의해야 한다. 수가 정해지면 중재인을 선임할 수 있으나 이 과정에서도 분쟁 당사자들이 중재인의 독립성·공정성을 검토하고 합의하는 작업을 거쳐야한다. 또 재판 장소나 적용 법률 등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어 이 역시 협의해야 한다.

특히 이번 중재재판의 경우 규모가 6980억원에 이르는 만큼 안방생명보험과 보고펀드 양측 모두 중재인 선임 등에 한층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고펀드와 VIG파트너스 안팎에서는 올해 안에 중재재판이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VIG파트너스 고위 임원은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재판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소송 규모를 감안하면 중재인을 아무나 선임할 수는 없다"라며 "재판 시작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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